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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고뇌와 분노와 희망을 생각하다

제11회 인권영화제 5월18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려

제11회 인권영화제가 5월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국내외 영화 26편(국내 13편, 해외 13편)이 상영되는 올해 인권영화제는 ‘소수자의 날’(20일)과 ‘반전 평화의 날’(24일)을 정해 관련 영화를 하루 종일 상영한 뒤 관객과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소수자의 날’에는 이주노동자, 한센인(나병환자), 성전환자, 재일 조선인, 동성애자의 삶을 담은 <고스트>, <동백아가씨>, <우리학교>, <레오 N이라는 사람>, <사랑의 정치> 등이 상영된다. ‘반전 평화의 날’에는 <조각난 이라크>(이라크전쟁), <내 사랑 블레인>(팔레스타인 고립 장벽 저항운동), <땅, 비, 불: 와하카 보고서>(멕시코 와하카 지역 반신자유주의 투쟁), <전쟁기지 필요 없다>(일본 오키나와 반기지 투쟁), <황새울 방송국>(평택 미군기지 반대운동) 등의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된다. 다큐멘터리 상영 뒤에는 현장 활동가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우리는 이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통해 지금 우리가 발딛고 있는 세계가 안고 있는 고뇌를 실감하고, 분노를 터트리고, 희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 세계는 새만금이나 대추리처럼 지리적으로 가까울 수도 있고 팔레스타인 자치구나 페루의 광산처럼 멀리 떨어진 곳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깝든 멀든 그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조건이다. 인권영화제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인식하고 거기에 담긴 모순을 각성하도록 만드는 좋은 교사다. 1회부터 지금까지 무료 상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영화제는 기업이나 정부가 아니라 관객의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화제 사무국은 장애인 접근권을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고, 수화 통역을 준비하고, 점자 자료집 발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권영화제 나들이는 자신과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고스트 Ghosts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고스트>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영국에 밀입국한 중국 여성 에이 퀸이 보낸 끔직한 시간을 보여주는 영화다. 어린 아들의 장래를 위해 돈을 벌기로 결심한 에이 퀸은 거액의 빚을 내서 영국으로 떠난다. 버스로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모스크바와 동유럽을 거치는 장장 6개월의 여정 끝에 그녀는 영국에 도착한다. 에이 퀸은 고기 가공공장, 파밭, 사과농장, 갯벌 조개잡이까지 온갖 노동을 하지만 빚을 갚기는커녕 숙식 해결도 쉽지 않다. 불법체류하는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은 영국인을 고스트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이름 없이 이국땅을 떠도는 중국인들이야말로 고스트 신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로 에이 퀸 역은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이 맡았다.

레오 N이라는 사람 The Person de Leo N 12살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던 레오는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성정체성 탓에 늘 외롭게 살아왔다. 영화는 레오가 성전환수술을 받는 것을 전후로 그의 일상을 따라가고 있다. 수술을 위해 입원하는 것부터 수술실 장면, 수술 뒤 회복기까지 레오가 겪는 특별한 사건은 그의 일상과 교차로 편집되어 영화에서 상세히 묘사된다. 그의 일상을 화면을 통해 따라가다 보면, “항상 무죄를 증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리며 살아온 레오가 겪은 소외감과 불안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느껴진다.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레오를 보여주며 시작된 영화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엄마를 아들이 아닌 딸이 된 레오가 찾아가는 데서 끝이 난다.

조각난 이라크 Iraq in Fragments 유사 이래 인류의 가장 커다란 비극인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는 다큐멘터리다. 사담 정권 붕괴 후 미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의 처참한 일상과 종교적 분쟁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라크의 현실을 증언하는 인물은 11살 소년과 대학생이다. 아버지 없이 가장 역할을 하는 11살 소년 무하메드가 기억하는 바그다드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금 그는 폭격으로 황폐해진 거리에서 하루 종일 노동을 해야 하는 꿈을 잃은 소년이다. 대학생은 시아파와 수니파로 갈린 이라크의 정치, 종교적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그는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종교집회들을 보며 무슬림의 본질을 고민한다. 현재 이라크와 이라크인들이 어떤 혼동과 갈등 속에서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