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가 유행인 거 맞지? 요즘 씨네리에 vs. 제목이 부쩍 많아졌다(나도 이런 제목 달면 남재일, 고종석 아저씨랑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지? 콰당). 네이버에 물어보니 ‘벌서스’(versus)라고 읽고 뜻은 ‘(소송·경기 등에서) …대(對), …에 대한’이라고 나와 있다. 줄여서는 ‘v.’나 ‘vs.’라고 쓴단다. 한때는 꽤 세련된 표현 축에 들었으나 이제는 한물간 표현이다. 덕분에 다양한 변주로 쓰인다. 한쪽에 힘을 싣기 어려울 때 속편하게 쓰기도 하고, 둘을 대립시키는 게 아니라 병렬시키려고 쓰기도 한다. 때론 냉정한 거리감을 갖기 위해 쓴다. 대상이든 쓰는 이든 너무 뜨거울 때.
한나라당은 이씨 아저씨랑 박씨 아줌마랑 vs.하고, 열린우리당은 친노파와 반노파가 vs.한다. 사실 정당끼리 vs.하는 게 맞는데 우리나라는 정당 내부에서 vs.하느라 날밤 샌다. 우선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 국민을 참여시키는데 규모를 정하느라 몇달을 싸우더니 이제는 투표율이 낮으면 그 비율을 어떻게 계산할지를 놓고 ‘어그러진’ 모습이다. 계산법에 따라 몇 천표가 갈린다는 거다. 당 후보가 되면 대권은 따논 당상이라서일까. 뜨겁게 ‘벌서스’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강재섭 대표는 그야말로 ‘벌서고’ 있다. 본인도 본인 따라다니다 선거법 어긴 사람들의 과태료를 지역사무소 관계자가 대납해줘서 수사받아야 하는 판국에 말이다.
열린우리당과 그 주변의 ‘벌서스’ 양상은 더 복잡하다. 당 간판을 지키느냐 헤쳐모여 새 간판을 다느냐가 표면적인 문제인데, 기실 승산있는 대권 후보가 없어서다(줄섰으? 아직 못섰으?). 다들 독을 품었다. 진작에 탈당한 대통령도 막말을 쏟아낸다. 대권주자들에게 구태정치, 공작정치라고 딱지 붙이고 이에 발끈한 이들은 분열정치(김근태), 공포정치(정동영)라고 맞받았다.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표현은 섬뜩할 정도다. 살모사 정치, 잔머리 정치…. 완전 뚜껑이 열려 ‘내용물이 쏟아지고’ ‘밑천 다 드러난’ 판국이라 누구라도 주워담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모든 걸 우리가 그렇게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눈만 뜨면 그들의 vs. 소식이 넘쳐난다. 어지럽다. 내 살아온 날은 얼마 안 되지만 대선처럼 재미있는 vs.는 못 봤다. 부디 국민 모두의 재미를 위해서 언론들은 대선 전 당 안팎의 vs. 중계는 자제해주시길. 아니면 심판을 자처하지 말고 그냥 선수로 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