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모신 할리우드영화의 그 방식 그대로 <용호문>의 입구에 만화의 인장을 분명히 새긴다. 현란하게 채색된 만화의 순간 맛보기가 끝나면 이를 닮은 SF적 무협 세계가 펼쳐진다. 홍콩의 마천루를 응용한 인공적 공간의 강호는 악의 자장 안으로 슬슬 끌려들어가는 참이다. 전설의 무림고수가 창립한 용호문의 두 기둥 왕소룡(견자단)과 왕소호(사정봉)가 이별하게 된 사정이 위기를 재촉한다. 왕소룡이 용호문을 떠나 배신 아닌 배신의 길을 거듭하는 사이 거대한 범죄조직 나찰문의 보스 화운사신은 용호문의 제거를 시도한다. 왕소룡과 왕소호가 사랑다툼 벌이는 연인처럼 방황을 거듭할 때 용호문에 간신히 입문한 석흑룡(여문락)이 지원군으로 나서나 화운사신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견자단과 사정봉의 육신은 <옹박> 같은 ‘리얼액션’을 만들어가기에는 너무 깔끔하다. 이건 그들의 부족함이라기보다 만화의 과장된 상상력을 특수효과로 최대한 옮기려는 욕심 사이에 생긴 오차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