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과 청담동 가라오케에 안 갔고 직접 때리지도 않았으며 그 시간에 자기가 뭐했는지도 모른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조만간 아들을 두고 “난 쟤 아비가 아니다”라거나 “쟤가 누군지 모른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회장님은 2년 전에도 술집 종업원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려친 전력이 있단다. 그런 이를 가리켜 술 먹으면 뭐 된다고 하는데, 회장님을 그에 빗대는 것은 우리 이웃집 뽀삐가 격분할 일이므로 그만두자.
3월 중순부터 북창동 일대에 소문이 파다했고 첩보도 올라갔으나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다. 그래도 은폐·축소·늑장 수사는 아니란다. 한화그룹 고문인 전 경찰청장이 사건 며칠 뒤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건 확인전화를 한 것도 외압이 아니라면 그냥 안부전화였나보다. 증거가 없어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못한다는 경찰은 현장 목격자인 회장님 아들 친구는 못 찾는지 안 찾는지 휴대전화 위치추적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 사이 모르쇠로 일관하던 회장님은 잘나가는 로펌의 변호사를 잽싸게 고용했다. 회장님답다. ‘법보다 주먹’, 아니 ‘법보다 돈’이니까.
상당수의 폭행사건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된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회장님은 납치·감금·협박·폭행을 했다. 술집 ‘영업방해’와 경찰 ‘공무방해’, 그룹 경호원과 임직원을 동원한 ‘업무상 배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행태를 두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니 재계 9순위 총수의 비뚤어진 자식사랑이니 물타기하는 것은 ‘아버지에게 맞을’ 소리다(설마 검찰과 법원이 또 ‘나라 경제’를 염려하는 건 아니겠지?). 전경련 부회장은 “아들이 맞고 와서 아버지가 때린 정도의 사건”이라며 “대기업 오너니까 더 도덕적이 돼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굳이 벌벌 떠는 경찰·검찰·법원을 심판대에 올릴 필요도 없겠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맞은 종업원들의 아버지들이 회장님을 뒷산으로 끌고 가 분 풀릴 때까지 두들겨패고 종업원들이 그 앞에서 회장님을 또 패는 거다(부회장님 그 말씀이죠?). 어느 누구도 회장님이 ‘더’ 도덕적이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죗값을 치르고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랄뿐이다(안 그러면 또 ‘기소만 되면 중병 걸리는’ 고질적인 ‘회장님병’에 걸려 보석으로 휠체어 타고 나올라).
어쨌든 이번 사건의 교훈은 술은 꼭 집에서 마시라는 거다. 딸아, 명심해라. 차라리 엄마가 나가서 마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