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방탄조끼를 입은 원작이 아닐까? 위대한 이야기꾼이 점지한 짝짓기와 플롯의 비급(秘(만들어야함?及))만 지키면, 나머지는 어떻게 주무르건 지루한 영화가 나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쉬즈 더 맨>은 <내가 싫어하는 열 가지 이유> <O> 등에 이어 현대 틴에이저를 위해 셰익스피어를 앙증맞게 개작한 영화. 재해석까지는 과욕이고 변용의 잔재미가 최선인 기획이다. 청춘영화 속 동아리들이 십중팔구 그렇지만, <쉬즈 더 맨>의 콘월고교 여학생 축구부도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폐지된다. 학교의 조치와 표리부동한 남자친구에게 격분한 축구선수 바이올라(아만다 바인스)는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제임스 커크)으로 변장해 이웃 일리아고교로 전학한다. 그리고 축구부 주장인 룸메이트 듀크(채닝 테이텀)에게 축구를 배우는 대신 연애를 돕기로 한다. 바이올라는 어느새 듀크에게 반하지만 그녀가 남자 모습인 탓에 사랑의 줄긋기는 뒤죽박죽이 되고, 콘월과 일리아 축구부의 결전도 다가온다.
머리칼을 자르고 험한 말씨를 쓰는 것만으로 남자로 통한다는 <쉬즈 더 맨>의 설정은 단순히 봐도 시대착오적이다. 그러나 아만다 바인스의 열성스런 연기는 관객이 비판적으로 뜯어볼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친다. 축구를 미식축구처럼 찍어놓은 경기장면은 <슈팅 라이크 베컴>에 비해도 무척 불만스럽다. 하지만 <쉬즈 더 맨>을 즐기는 데 적당한 자세는 고교생들이 학예회 무대에 올린 셰익스피어극을 잔디밭에서 구경하는 느긋한 태도일 것이다. 축구선수 출신 비니 존스가 코치로 분하며, 너무 자상해서 탈인 교장 선생님 역의 데이비드 크로스골드가 애교만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