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싱가포르국제영화제가 검열 때문에 영화 두편을 상영하지 못하게 됐다. 삭제판정을 받은 영화는 덴마크 애니메이션 <프린세스>와 싱가포르영화 <솔로스>. 2006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이었던 <프린세스>는 전직 신부가 포르노 배우로 일하다가 자살한 여동생을 학대했던 이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고, <솔로스>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동성애 관계를 다루고 있다. 싱가포르영화검열위원회는 <로이터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프린세스>는 포르노 배우가 수녀 복장을 하고 그 뒤엔 십자가가 나와 있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종교나 종교적 상징을 모독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솔로스>는 5분가량의 “오럴섹스와 스리섬이 포함된 노골적인 호모섹슈얼 섹스신”이 삭제명령을 받았다.
<솔로스> 공동감독인 루 지한은 검열에 항의하며 아직 문제가 된 장면들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그 섹스신들은 흥미를 자극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솔로스>는 예술영화고, 우리는 이 영화가 포르노로 보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솔로스>는 일반상영을 하지 못하고 심사위원단에만 제한상영된 상태. 싱가포르영화제는 영화를 무삭제로 상영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프린세스>는 상영이 취소됐다.
싱가포르은 이미 몇 차례 검열로 악명을 떨쳐왔다. <타이타닉> <디 아워스> <아메리칸 뷰티> 등이 삭제된 채 상영됐고, 4월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억류되었던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상영금지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검열위원회는 자국에서 삭제나 상영금지명령을 받은 영화 두편을 무삭제로 허용하는 관용을 보이기도 했다. 존경의 대상인 승려들이 기타를 치고 게임하는 장면이 들어간 타이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화 <징후와 세기>는 감독이 삭제를 거부해 자국에서 상영되지 못했지만, 싱가포르에선 무삭제 상영됐다. 1950년대 사회주의자가 주인공이어서 상영금지처분을 받은 말레이시아영화 <빌리지 피플 라디오 쇼>도 무사히 상영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