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데이를 잡아라. 폭스와 드림웍스가 2009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각 스튜디오의 야심작인 3D 블록버스터 <아바타>와 <몬스터 vs 에일리언>의 개봉일이 겹치면서 스크린 확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가 된 <아바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퇴역 군인이 외계행성으로 이송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SF물. <몬스터 vs 에일리언>은 몬스터 헌터가 에일리언과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호러 만화 <렉스 하복>(Rex Havoc)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작품이다. 문제는 3D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전용 상영관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3D영화 상영관 수는 700여개. 2009년까지 그 수가 5천여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드림웍스 대표 제프리 카첸버그는 이미 <몬스터 vs 에일리언>에 최소한 6천개의 스크린이 필요할 것이라 밝힌 상태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2년 뒤의 개봉 일정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천정부지로 높아진 제작비 때문이다. <아바타>의 경우 현재 추산된 제작비 규모만 해도 2억달러 정도. 개봉 첫주의 성적이 전체 박스오피스 수입의 최대 2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유리한 개봉일을 선점하는 것은 이제 스튜디오들한테 필수적인 일이 됐고, 전통적으로 여름 성수기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데이는 놓쳐서는 안 될 흥행의 교두보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2008년 메모리얼 데이를 놓고 <인디애나 존스4>와 워쇼스키 형제의 신작 <스피드 레이서>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 개봉일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영화사들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은 극장들이다. 미국의 극장 체인 리걸 엔터테인먼트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아바타>와 <몬스터 vs 에일리언>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위치에 서고 싶지 않다”며 “두 작품 모두를 원한다. 다만 같은 날에 원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타이타닉> 이후 제임스 카메론의 10년 만의 연출작인 <아바타>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결국 <몬스터 vs 에일리언>이 개봉을 6월로 늦추지 않겠냐는 것. 하지만 2009년부터 자사의 모든 영화를 3D 기술로 제작하겠다고 밝히는 등 3D영화에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한 드림웍스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3D 상영을 위한 설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은 스크린당 3만달러에서 5만달러 정도. 제프리 카첸버그는 최근 거대 극장 체인들과 미팅을 갖고 끊임없이 설비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LA타임스>는 현재와 같은 경쟁 국면이 장기적으로는 극장들로 하여금 3D 상영관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장하게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며, 드림웍스가 그 같은 상황에서 쉽게 발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