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작을 찾아 떠나는 한국 영화·드라마 업계의 행렬이 여전히 늘어서 있는 가운데, 역발상을 시도하는 일본 영화인이 있다. 일본의 중견 제작사 ‘비와일드’의 와카스키 마사키 대표는 일본 원작을 한국으로 가져와 한국적인 방식의 영화를 만들려는 사람이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에 설립된 최초의 일본 제작사 ‘비즈스타’를 설립하는 데도 적극 참여했다. 최근 <화영>(花影)이라는 영화의 부산 로케이션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그를 만나 한일 영화협력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화영>은 어떤 영화인가. =일본의 유명 작가 이치카와 신이치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만드는 영화다. 재일동포 3세 여성과 한국 남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루는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김래원, 박정수가 특별출연해주고 있다.
-한국에 비즈스타를 설립한 목적은. =일본영화가 일본에서만 보여지고 한국영화가 한국에서만 계속 보여지는, 그런 시기는 끝났다고 본다. 비즈스타 설립의 최대 목적은 일본과 한국이 힘을 합쳐서 영화를 만들어 시장을 범아시아로 확대하는 것이다.
-비즈스타에서는 어떤 영화를 만들 생각인가. =일단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천국까지 100마일>을 준비한다. 철없는 아들이 병든 노모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하는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호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오키상 수상자인 이시다 이로 원작의 <파란접시>가 있다. 재일동포 3세 여성이 선대의 추억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가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북한 위조지폐를 소재로 한 <울트라 달러>는 한·미·일 3국 합작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 함께하는 이점은. =의외로 배우들 몸값이 비싸지만, 스탭들의 인건비는 일본에 비해 훨씬 싸다. 힘들다는 면에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같지만, 같은 노력을 들여서 최소한 한국과 일본이라는 2개의 시장이 생기는 셈이니 유리하지 않겠나.
-소마이 신지 감독과의 인연으로 영화계에 들어왔다고 들었다. =비와일드는 원래 TV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소마이 감독과는 광고영화를 계기로 알게 됐다. 우리 회사의 첫 영화가 소마이 감독의 유작인 <바람꽃>이다.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나는 최양일 감독이나 다른 감독을 못 만났을지 모른다. 소마이 감독은 질투심이 있는 남자라서. (웃음)
-최양일 감독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메이컵 아티스트인 최양일 감독의 부인과 일하면서 친하게 됐고 최 감독도 알게 됐다. 그러다 <형무소 안에서> <피와 뼈>를 제작하게 됐다. 이번 가을에는 최 감독과 3번째 영화인 <가무이가이덴>을 찍게 된다.
-최양일 감독은 굉장히 무섭다고 들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하는 비결이라도 있나. =의외로 간단하다.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단둘이서 단도직입적으로 이 부분은 이렇게, 라며 호소해야 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