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현실성은 (육아로 낑낑대는 여느 집처럼) 할머니 등에 업힌 애가 매회 등장한다는 것이고, 비현실성은 그 애가 말할 수 없이 순둥이라는 것이다(준이가 아플 때 말고 우는 거 본 사람!). 애 목욕시키다 종종 본방을 놓친다. 우리집 농다리(롱다리 말고 ‘장롱’다리)가 툭하면 씻다 말고 욕실 바닥에서 하염없이 로킥을 해대는 탓이다. 뻐드렁니 신지랑 뚱땡이 민정이 재수없는 동창을 어떻게 아작냈는지 궁금해 종일 기다린 날은 9시 뉴스 끝나고서야 목욕을 마쳤다(지나친 감정이입으로 될 일도 안 된 게…. 헐).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의사들의 로비 백태가 드러나고 있다. 장 회장은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 3명에게 다달이 600만원을 주고 ‘맨입으로 안 되는’ 한 의원에게는 1천만원을 주는 등 “언더테이블로 나가는 돈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돈으로 자기네에게 유리한 법안을 샀다는 건데, 이런 ‘언더킥’이 먹혀서인지 연말정산 때 의료비 내역을 한꺼번에 뗄 수 있게 한 방안은 지난해 시행 첫해부터 파행이었고, 약사 문의에 의사 응답을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은 처벌 조항이 축소됐다.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장 회장은 보좌진에게 “동양의 정”으로 용돈을 준 것이랬다가, 고마워서 후원한 것이랬다가, 영향력없다고 욕할까봐 부풀린 것이랬다고 말을 바꿨다. 공금 횡령으로 고소당한 전력이 있는 그가 ‘치적’을 뻥치며 ‘로비자금’ 핑계를 댄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기네 총회에서 마이크 잡고 말한 걸 보면 실제 그랬거나 그렇게 말하면 믿을 만큼 그런 일이 횡행했거나 둘 중 하나다. 논란은 의사협회 비자금 조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가 말한 ‘후원’은 뭉칫돈을 정치자금법 한도 안에서 쪼개 회원들 개인명의로 한 정치인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다. ‘편법 뇌물’이다. 의원들은 알고도 모른 척한다. 걸리면 계좌이체라 누군지 몰랐다거나 영수증 처리했다고 발뺌하면 그만이니까. 이런 ‘묻지마 후원’은 제보자 없이는 알기 어렵고 대가성을 따지기도 애매하다. 그걸 스스로 떠벌렸으니 장 회장은 법의 사각지대를 고발하거나 일부 덜떨어진 회원을 각성시키려고 ‘순교자’를 자처한 게 아닐까(의사 9명은 특정법안을 언급하며 100만원씩 900만원을 보냈다는 내용을 배일도 의원실에 팩스로!!! 보내왔기에 놀란 의원실에서 돌려줬단다). 그게 아니면 웬 거침없는 자살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