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났으나 자신은 프랑스인이라고 믿는 남자와, 베를린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랐으나 자바섬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여기는 여자.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애써 지우려, 새로운 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남녀는 프랑스 파리에서 20일 밤을 함께 지낸다. <20일 밤, 그리고 비오는 하루>는 이들이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 파리의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집을 방문한 여자는 위층에 살고 있는 남자와 마주치고 섹스와 대화가 섞인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본다. 기억 속 전쟁과 화산 폭발의 이미지를 경유한 여정은 원점을 향하고, 두 남녀는 자바섬에 도착한다. 다소 도식적인 틀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진부하며, 그 의미도 사색의 여유가 공허하게 느껴질 만큼 깊지 않다.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