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없는 섹스, 섹스없는 사랑 혹은 ‘섹스 위드 러브’, 이 세개의 길 중에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를 담담히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를테면 사랑없는 섹스에 따르는 공허감이나 섹스없는 사랑에 따르는 지루함 혹은 ‘섹스 위드 러브’에 따르는 책임감 따위의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 물론 대부분 ‘섹스 위드 러브’를 가장 이상적인 길로 여기지만, 그 어떤 길을 선택하든 짜릿한 포만감 뒤에는 피로와 고통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섹스 위드 러브>는 너무도 지리멸렬한 일상이 되어버린 동시에 여전히 온몸과 마음의 촉수를 건드리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중심은 네 커플의 일상에 맞춰져 있다. 이들은 초등학교 자녀들의 성교육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신들의 성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이들 각각의 모습은 사랑과 섹스에 관한 전형적인 표본들이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두고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거나 상대방과 원활한 소통을 이루지 못해 불감증에 걸리거나 배우자의 외도를 눈치조차 채지 못하거나 등등. 영화는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중산층 가정들 속으로 들어가 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한 판타지를 끌어낸다. 그 판타지가 그리 대단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영화적 해결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불감증에 걸렸던 여자가 남편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성적 쾌락을 찾는다거나, 아내 몰래 외도하던 남자가 아내의 남자친구를 목격한 뒤 아내에 대한 욕망에 불타오른다는 식(사실은 그저 경쟁심일 뿐이지만)이다. 아니면 판타지의 대상에게 저돌적으로 접근해 결국 섹스를 하고 마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방식은 발랄한 섹스코미디답게 적정 수위를 지킨다. 노골적이고 저돌적인 접근 대신 사랑과 섹스에 대한 적당한 고민과 유머를 병행시키며 막다른 길에는 섹스가 아닌 사랑을 둔다. 그럼에도 영화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볼 수만은 없다. 이를테면 아무리 사랑의 진정성을 깨달았더라도 누군가의 매력적인 육체 앞에서는 여전히 본능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어찌되었건 이 영화가 분명히 전달하는 급진과 보수를 오가는 오묘한 메시지.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배신은 사실 상대와의 사랑을 지켜주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그 사실을 들키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