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장애인을 다루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면서 사회를 비판하거나 인간승리의 드라마로 만들어내거나. <파란자전거>는 장애인을 소재로 내세우면서도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피하려 한 영화다. 물론, 이 영화 또한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불편한 ‘시선’을 줄곧 지적하지만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쪽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장애인의 주변 인물들이다. 또 뭔가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잔잔한 일상 속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직시하려 한다는 점도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보인다.
한손에 의수를 끼고 살아야 하는 장애인 동규(양진우)는 스물여덟을 맞은 지금, 여러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여자친구인 유리(박효주)의 부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동규를 사위로 맞이하는 것을 꺼리고, 동규의 일터인 동물원은 폐쇄 위기에 놓여 있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그를 독려해줬던 아버지(오광록)마저 병원에 누워 있는 형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하나씩 사라지는군요”라는 스스로의 말처럼, 스물여덟의 동규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제 동규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격한 인생의 파랑을 앞에 둔 동규는 11살 때를 생각한다. “물살이 거센 강을 건널 때는 무거운 돌을 들고 건너야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교훈을 일러준 아버지를 비롯해 항상 아들 걱정을 했던 어머니,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동생을 데려다주느라 지각까지 했던 누나의 세심한 배려를 생각하며 동규는 스스로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를 깨닫기 시작한다. 이러한 성장의 모티브는 동규에게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뒤늦게나마 운전을 배우는 어머니나 혼자 전등 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하경(김정화) 또한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파란자전거>는 뒤늦게 홀로서기를 배우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뭔가 극적인 사건이 존재하는 대신 일상적인 이야기가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까닭에 <파란자전거>는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려다보니 모든 에피소드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며, 몇몇 대목에서는 지나치게 감독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고정된 카메라로 찍힌 롱테이크 숏을 집요하게 고수하면서도 일정한 리듬감을 보여준다는 점이나 평범한 시골 풍경을 푸근한 감성으로 바꿔내는 영상, 잔꾀를 부리지 않고 주제에 밀착하는 태도 등은 신인 권용국 감독에게 기대를 걸게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