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높은 무역장벽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했다. 미 무역대표부 대표 수잔 슈워브는 “현재 중국 법률은 해적판과 위조품의 유통을 효율적으로 억제하지 못하고”있으며 “합법적인 시청각 제품과 출판물이 시장의 진입로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슈워브는 영화, 음악, 책을 비롯한 미국 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이 중국에서 최대한 보호받아야 하고 이들이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무역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WTO에 제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는 “중국 해적판과 위조품의 수위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오랜 불만에서 터져나왔다. 통상전문 변호사 라일 밴더 슈와프 또한 “미국 영화산업과 음악산업은 참을성있게 기다렸지만 중국쪽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중국쪽 반발도 거세다. 중국 산업자원부는 “이번 결정은 두 나라 정상이 경제 및 무역협력을 강화하고 무역 분쟁을 대화로 해결하기로 한 것에 역행한다”며 “두 나라의 협력관계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점진적이나마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전까지 중국 법률은 1천개 이상의 해적판 CD나 DVD를 제작한 사람에게만 감옥행을 선고했으나 근래 그 기준이 500개로 줄었다. 위조에 대한 벌금 또한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영화협회 간부는 “이는 우리가 국제적인 쟁점을 해결하는 방법일뿐 고압적인 조치가 아니”라며 “나는 문제가 해결돼 미국 영화산업이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의 장밋빛 전망에도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움직임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는 7653억달러에 육박했고 이 가운데 대중국무역 적자만 2325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미국은 올해 2월 중국의 정부 보조금 문제를 WTO에 제소한 데 이어 3월 말에는 중국산 제지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근본적으로 꺾이지 않는 한 무역흑자는 요원한 소망일지 모른다. 한편 이번 제소로 양국은 60일 이내에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기간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WTO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중재 패널이 승소를 판정하면 중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