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사무라이> たそがれ淸兵衛
<황혼이 사무라이>는 서민드라마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로 유명한 야마다 요지가 근래 완성한 사무라이 시대극 3부작의 첫편이다. 세편은 모두 후지사와 슈헤이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황혼의 사무라이> DVD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감독의 원작 소설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낄 수 있다. 메이킹 필름(69분)은 일반적인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1부에선 원작의 배경인 야마가타현 쇼나이 지방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고자 기울인 노력들을 보여준다. 각본의 머리말에 ‘쇼나이 지방에서 부는 바람, 변해가는 하늘빛, 멀리 보이는 산들의 모습, 또 조상들의 역사를 기리던 분위기에 큰 의미가 있다’라고 써놓은 야마다가 여러 촬영지를 거치면서도 다짐을 지키려고 애썼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배경 선택에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 네 장면- 장례식, 봄나물 캐기, 낚시, 성묘- 을 하나씩 소개한다. 2부와 3부에서는 대략 8개의 삭제장면과 아웃테이크를 제시하고 감독의 설명을 들어보는데, 얼핏 보고 듣기에 그리 대단하지 않은데다 흔히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출연자 중 한명이 인터뷰에서 말하듯이, 야마다는 영화를 통해 인간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감독이다. 특정 장면에서의 자신의 연출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그의 솔직한 목소리를 경청하다보면 그가 매 장면의 구성에 쏟은 정성과 집념을 알게 된다. 그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딸이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이 사족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한 답변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잘 맞추는 것이 자신의 오랜 버릇이라는 야마다는 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딸의 등장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면서, 그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자신의 고집만 부리는 게 아닌 것이, 대다수 젊은이들의 의견에 대해 지금은 수용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양보의 입장을 들려주기도 한다. 슈헤이의 소설처럼,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위안하는 감독의 배려가 전해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