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 아닌 사랑을 품은 무사
무사 - 오직,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검을 품다.막부 말기의 작은 마을. 이구치 세이베이는 가난한 하위 무사이다. 그는 아내를 일찍 잃고 어린 두 딸과 병든 노모를 모시고 어려운 생활을 꾸려 나가느라, 일과가 끝나면 동료들과의 술자리도 마다하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 그를 두고 동료들은, 해가 지면 곧장 집으로 직행한다고 해서 ‘황혼의 세이베이’라고 부르며 놀린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귀가한 세이베이는 집에 토모에가 와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다. 토모에는 세이베이의 친구인 이이누마의 여동생으로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이혼을 하고 친청 집에 와 있던 터였다. 오랜 만에 방문한 토모에는 세이베이의 두 딸과 놀아주고 노모를 돌봐주며 집 안을 훈훈하게 한다. 그 날 밤, 세이베이는 토모에를 집까지 마중하다가 그녀의 전남편이 행패를 부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고 그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둘은 정식으로 결투를 하기로 한다. 냇가에 마주선 그들. 싸움이 시작되고, 세이베이는 검날을 세워 달려드는 상대를 목검으로 간단히 제압해 버리고 이 일은 삽시간에 온마을에 소문이 나게 된다.
그 무렵 오랜 갈등 끝에 번주의 후계자가 결정이 되는데, 세이베이는 마을로부터 후계자의 반대파인 칼잡이 ‘요고’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살생을 원치 않는 세이베이는 명령을 거부하지만 끝내 어쩔 수 없이 임무를 맡고야 만다. 떠나는 날, 토모에를 급히 부른 그는 사무라이로서의 예를 차리는 치장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사정을 알게 된 토모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누르며 정성을 담은 손길로 치장을 도와주고, 세이베이는 드디어 오랫동안 숨겨온 그녀에 대한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세이베이는 목숨을 건 결투로 향해야 하기에 두 사람의 애틋함과 안타까움은 더해간다.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토모에의 간절한 바람을 뒤로 하고 세이베이는 드디어 일생 일대의 결투를 향해 나아간다.
동영상 (3)
- 제작 노트
-
1.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가 인정한 최고의 작품성more
<황혼의 사무라이>는 기획 단계부터 일본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왔다. 일본 시대 소설의 1인자 후지사와 슈헤이의 소설을 바탕으로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거장인 야마다 요지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가 커다란 이슈가 되었고 일본 전 언론은 끊임없이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가 완성되고 대중은 이 인간미 넘치는 새로운 정조의 사무라이 영화를 서슴없이 거장의 새로운 걸작으로 추앙했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일본에서 231개의 스크린에 상영되어 16억 엔의 수입을 올렸고 그 해 일본의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대부분의 상을 휩쓸며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의 19세기 중, 후반의 모습은 거장의 섬세한 손길에 의해 사실적으로 되살아 났고 그를 배경으로 펼쳐진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생은 시대를 뛰어 넘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진한 감동을 남겼다.
2. 일본 영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 야마다 요지의 인생 찬가
1969년에서 1995년까지 총 48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지며 일본의 대표적 홈코미디 영화로 자리잡은 <남자는 괴로워>. 이 영화는 패전 후, 경제지상주의의 흐름에 휩쓸려 오로지 앞을 향해서만 달려가던 일본인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며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줌으로써 27년간 지속될 수 있었다. 이것은 영화사에 영원히 남을 경이로운 기록이고, 한 열정적인 감독이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애정이자 헌신이다. 이 위대한 27년간의 역사를 만들어 내며 대중과 살갑게 호흡해 온 사람. 그가 바로 일본 영화계의 살아 있는 거장, 야마다 요지이다.
야마다 요지의 영화들은 인간미 넘치는 대중성으로 일본인의 사랑을 받으며 그만의 정취를 담아낸다. 그의 영화들을 관통하는 테마는, 시대를 반영하는 가족의 문제,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 미래의 희망, 그리고 일본의 원풍경(原風景)을 담아내는 데 집중해 있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야마다 요지의 77번째 작품으로 그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지 41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한 시대극이다. 기본적으로 그의 영화 세계와 맥을 같이 하지만 배경으로 일본의 19세기 중,후반을 설정해 구상에만 10년, 시대고증에만 1년을 할애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해 낸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무라이지만, 폐병으로 아내를 잃은 후 가정을 돌보느라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한 남자, 사나다 히로유키가 연기한 세이베이의 삶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 준 대중에게 바치는 야마다 요지 감독의 헌사이자 인생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화려하고 멋진 판타지 적인 삶을 열거하며 관객의 대리만족을 채워주려 하는 요즈음, <황혼의 사무라이>는 역설적으로 진중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억지 설정과 전개가 아닌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이야기 전개로 얼개를 만들어내며, 과도한 얼굴 클로즈업을 버리고 인물의 내면으로 침잠케 하는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는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연초에 개봉하며 관객의 마음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파장을 남길 것이다.
3. 완벽한 합일(合一)! 야마다 요지와 후지사와 슈헤이의 만남
일본 시대 소설의 1인자 후지사와 슈헤이의 작품은 에도 시대를 무대로 하여 인간의 보편적 갈등과 애환을 주로 다루며 그 안에 따뜻한 인간애를 담아내고, 섬세한 자연 묘사로 일본의 옛 모습을 아름답게 복원한다. 여기에는 과거의 일본인이 갖고 있던 순수한 정신이 있다. 후지사와는 가난하지만 긍지를 갖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시대가 변했어도 이와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함을 역설하는데, 그것이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감히 영화화하지 못했던, 독특한 미의식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그의 문학세계는 야마다 요지를 만나 스크린에 부활하게 된다.
야마다 요지의 영화 세계에도 후지사와의 세계와 일맥상통하는 기류가 있다. <남자는 괴로워>가 그렇게 커다란 국민적 지지를 얻은 것도 주인공 토라상과 그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정’(情)의 세계에 대한 일본인의 동경 때문이다. 결국, 야마다 요지 감독이 후지사와 슈헤이의 소설을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닌 것이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후지사와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세 단편을 바탕으로 해 구성한 작품으로, 힘든 삶 속에서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하위 무사 세이베이의 이야기이다. 그를 결혼시키기 위해 큰아버지가 왔을 때 세이베이는 자신은 비참하지 않으며, 딸애들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것이 곡식을 일구는 것처럼 큰 기쁨이라고 항변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그는 누군가를 간절히 생각하는 진심의 마음과 용기로 상대를 대한다. 결국, 가난한 하위무사로 태어났지만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세이베이와 그의 가족들을 통해 야마다 요지와 후지사와 슈헤이가 묻고 있는 것은 “인생이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다. 감독과 소설가라는 자리를 넘어서 인생의 질곡을 넘어온 평범한 남자로서 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행복한 삶의 길을 스스로 일구어 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용기와 진심에 격려를 보낸다.
4. 최고의 스탭들이 뭉쳐 완성해 낸 역작!!
<황혼의 사무라이>는 최고의 원작과 최고의 감독이 만난 영화답게 스탭과 배우도 모두 최고의 팀으로 이루어져 그 완성도를 더한다.
**야마다 요지와 함께 해 온 일류 스탭의 집결
각본의 아사마 요시타카, 촬영의 나가누마 무츠오, 미술의 데가와 미츠오. 그들은 <남자는 괴로워>, <학교> 시리즈를 함께 하며 야마다 요지와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 온 일류 스탭들이다. 이번 영화에도 역시 이들이 참여함으로써 야마다 요지만의 독특한 시대극이 탄생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거기에 ‘다이에이’에서 <지옥문>을 포함한 일본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만들어 온 일본 영화 미술계의 1인자 니시오카 요시노부가 미술 감독으로 참여해, 에도 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의상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장녀로 <夢> 이후로 구로사와 감독의 작품을 담당해 온 구로사와 카즈코가 맡았다. 또한 음악은 세계적인 신시사이저 연주자로 유명하고 <학교> 시리즈에도 참여한 바 있는 토미다 이사오가 담당했다. 주제곡은 일본의 국민가수로 불리 우는 이노우에 요스이가 맡아,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감성을 자극하는 엔딩 장면을 완성해 냈다.
**압도적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채우는 배우들의 열연
주연을 맡은 사나다 히로유키는, 확실히 그 연기력에 있어선 정평이 나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다. 우리가 이제껏 보아오던 무사가 아닌,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세이베이의 역할을 인상적으로 펼쳐 나간다. 궁색한 가운데서도 올곧은 마음 자세를 흩뜨리지 않으며, 다정하고 자상한 무사가 그에 의해 새롭게 완성된다. 세이베이가 사랑하는 토모에 역할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미야자와 리에가 맡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당당한 여성의 단아한 기품을 보여준다. 기모노를 맵씨 있게 차려 입고 손 동작 하나, 작은 몸놀림 하나에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녀는, 역시 스크린을 빛내는 존재감을 가진 여배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세이베이와 토모에의 애틋한 사랑은 이 영화를 더욱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데 두 사람은 91년 NHK 드라마 <태평기>에서 호흡을 맞춘 후 두 번째 만남이었다. 또한 야마다 요지의 작품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코바야시 넨지가 세이베이가 일하는 곳의 창고장 역을 맡았다. 세이베이의 큰아버지 역할은 단파 테츠로가 맡았는데, 그는 <15세- 학교>에 이어 야마다 요지의 작품에 두 번째로 출연하고 있다. 개성파 배우로 270편 이상의 영화, TV드라마에 출연하며 일본 영화계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중추의 배우였으나, 올 해 별세함으로써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무용가인 다나카 민이 세이베이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되는 칼잡이 요고 역으로 열연한다.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그의 눈빛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director’s comment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제약투성이의 세계였다.
사무라이는 누구든지 같은 모양의 상투를 틀고, 정해진 형태의 하오리(옷 위에 걸치는 짧은 옷)와 하카마(하의)를 몸에 걸치고, 칼 두 자루를 허리에 차며, 여자는 검은 단색의 기모노밖에는 입지 않는다. 현대극에서와 같은 의상과 장신구, 화장 등을 통해 배우가 개성을 표현하는 일은 불가능한데, 그만큼 인간이 활기차게 개성을 드러내는 일이 허용되지 않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다는 건, 영상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세계가 되어 간다는 것인데, 그 지점에서 한가지, 현대에는 없는 굉장한 매력이 나타난다. 그것은 ‘도’(刀)이다. 주군의 명령이라면 언제라도 목숨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두려움이 거기에는 있다.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매일 매일의 생활, 반면에 그 안에 숨어 있는 ‘도’로 상징되는 격렬함.
이 시대극의 재미를, 많은 제약 속에서도 마음껏 표현해 보고 싶었다.
special section
시대극의 묘미를 발견하다
<황혼의 사무라이>는 비록 시대극이지만, 서정적 인간미를 강조하는 야마다 요지의 작품답게 세이베이의 일상적 삶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이베이와 가족들, 주변인물들을 통해 당시 서민들의 하루 하루가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고전적 향취가 그대로 느껴지는 풍경이 스크린 가득 담겨진다. 야마다 요지가 이러한 일상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만들어 내는 데에는 그가 일본 만담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과 그 자신이 만담 창작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한다. 눈물과 웃음이 함께 묻어나는 그의 소박한 ‘이야기’들은 그의 영화 속 작은 세상을 더욱 풍부하고 깊게 만든다. 야마다 요지 특유의 이러한 소박한 인정의 세계에, 사무라이의 격정적인 대결이 가미된다. 감독이 밝혔듯이, 조용한 삶의 가운데서도 비장한 활극이 끼어든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시대극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야마다 요지 최초의 검술 장면이 명장면으로 탄생하기까지…
무사로서 세이베이가 벌이게 되는 인상적인 두 번의 결투, 이제껏 야마다 요지의 작품 세계에는 없던 이 최초의 검술 장면은 감독 자신의 열정과 스탭들의 노력,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완성된다. 현란하고 화려한 비쥬얼을 보여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그 순간의 생생한 감각과 그들의 정신적 대결을 리얼하게 표현하려는 게 감독의 의도였다. 카메라 앵글이나 편집에 기대는 것이 아니기에, 야마다 요지만의 이 독특한 대결 장면은 더욱 정교한 연습 과정을 필요로 했고, 이를 위해 사나다 히로유키, 오오스기 렌, 다나카 민은 3개월 간의 검술 훈련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세 배우의 끊임없는 연습은 당연한 것이었다. 세이베이 역을 맡은 사나다 히로유키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인 무용가인 다나카 민 역시 기초 훈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토모에의 전남편 코다 역을 맡은 오오스기 렌은 극 중에서 ‘거합’(居合: 칼을 뽑는 것과 동시에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방을 한 번에 베는 검기)의 달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시대극은 많이 출연했어도 ‘거합’의 경험은 이제껏 없었던 그의 노력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진짜 ‘거합’의 달인이 보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기량으로 연기해달라는 감독의 요구에 따라, 집에서도 필사적으로 연습에 매달리는 열성을 보였다. 세이베이와 코다의 대결 장면은, 코다의 진검에 세이베이가 목검으로 맞서 간단히 그를 제압한다는 설정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칫 현실감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는 이 대결은, 감독과 스탭들이 수없이 동선을 짜고 리허설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생생한 난투 장면으로 태어나게 된다.
검과 마음이 함께 부딪치고, 목숨을 건 혈투가 벌어지다
마지막 세이베이와 요고의 숙명의 대결은, 그야말로 보는 이를 숨막히게 압도하는 명장면이다. 할복을 거부하며 은신처에 숨어 자신을 죽이러 온 자객들을 처치하는 ‘바람의 칼잡이’ 요고와 그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찾아온 세이베이. 둘의 일생 일대의 혈투를 그리는 이 장면은 여느 시대극에서 보아오던 대결 장면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요고를 죽이기 위해 찾아가지만 사실 그를 죽일 마음은 없는 세이베이는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요고를 대면하고 조용한 대화를 시작한다. 평화롭기까지 한 기묘한 정적이 이어진다. 그러다, 자신을 죽이러 온 세이베이가 목검으로 자신을 상대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요고의 눈빛이 변하는 순간, 정적은 순식간에 깨지고 둘의 대결이 시작된다. 무사로서의 자신의 인생을 걸고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검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요고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은 세이베이의 인간적 신념이 충돌하면서 긴장감은 더해간다. 처음엔 70합으로 동선을 짜고 연습을 거쳤던 이 대결 장면은, 찍는 동안 감독에 의해 30합으로 줄어든다. 대신 둘의 대화가 늘어나게 된다. 물리적인 충돌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정신과 마음이 충돌하는 과정을 그들의 대화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숨이 끊어질 만큼의 격렬한 대결과, 서로의 삶을 나직하게 얘기하는 기묘한 정적이 결합된 독특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무려 1000 테이크만에 완성된 이 대결씬은 결국 감독이 역설하고 있는 ‘정중동’(靜中動) 의 원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른, 이 영화의 백미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