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이라는 말은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적용되는 표현인가보다. 몬트리올의 3월은 눈폭풍(Snow Storm)으로 마감되었고, 4월이 시작되었으나 겨울 코트를 옷장에 넣기에는 많이 망설여진다. 눈발이 날리던 3월의 마지막 주, 몬트리올의 (거의) 마지막 예술영화 전용 공간인 시네마 뒤팍에서는 국제인권영화제가 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 작은 영화제는 지난 6년간 ‘인종주의 반대 주간’에 맞춰 진행되어오던 ‘이미지 인텔렉추얼’과 ‘프랑코퀘벡쿠아영화제’의 연장선에서 열리게 된 행사다. 각국에서 초청된 115편의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고 그중 39편은 몬트리올에서 프리미어 상영되었다.
올해 인권영화제 대변인으로 활약 중인 휴고 라툴립은 퀘벡의 돼지고기 산업과 그것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다큐멘터리 <Bacon, the Film>을 만든 영화 액티비스트로, 이번 영화제를 총괄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매혹적인 다큐멘터리는 관객상을 받은 영국 칼라 가라페디안 감독의 <Screamer>였다. 록밴드 멤버들이 2차대전 당시 대량학살에 관한 기록을 좇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관객과 평단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밖에도 인도 매춘부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Highway Courtesans>, 수단의 인종문제를 다룬 <Darfur Diaries: Message from Home>, 2차대전 당시 프랑스령 북부아프리카의 아랍 군인이었던 한 남자가 프랑스에서 버림받은 이야기를 다룬 <La Couleur du sacrifice> 등 많은 다큐멘터리가 주목받았다. 그 밖에 콩코르디아 대학원생의 레바논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어린이 노동자에 관한 영화 그리고 지난해 지구의 핫이슈였던 레바논과 이스라엘 전쟁에 관한 영화들도 소개되었다.
다양한 소재를 보여준 몬트리올인권영화제는 올해를 기점으로 2004년 프라하에서 발족되었으며 서울인권영화제도 속해 있는 ‘인권영화 네트워크’의 멤버가 되었다. 올해 인권영화제의 취지는 다양한 소재만큼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사는 우리의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고, 함께 이야기하고, 자각과 화해를 통해 함께 세상을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올해의 취지만은 아닐 것이다. 늘 추구해왔으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인권영화제의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