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5일 오후2시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2057년, 태양이 죽어간다. 얼음 행성으로 돌변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인류는 마지막 방법을 궁리해낸다. 8명의 대원을 실은 우주선 이카루스 2호를 우주로 내보내 태양에 핵탄두를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탄두를 맞은 태양은 다시 마지막 불꽃을 피워 지구에 온기를 쏟아내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획은 만만치가 않다. 오랜 비행끝에 태양으로 다가간 이카루스 2호는 먼저 지구를 떠났으나 통신이 끊겨버린 이카루스 1호를 발견한다. 랑데뷰를 위해 항로를 수정하던 대원의 실수로 이카루스 2호는 위기에 빠지고, 급기야 그들은 모든 생명이 사라진 이카루스 1호로부터 무언가가 옮겨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들은 과연 지구의 운명을 되살릴 수 있을것인가.
100자평 대니 보일은 혹시 SF 장르를 빌어서라도 광신도를 비판해야할 이유가 생겼던 걸까, 아니면 <28일후···>에서 인간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묘사한 건 아닌지 과다한 자아비판에 빠졌던 걸까.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무는 건 이 사색적 SF에 끼어든 이질감 때문이다. 식어가는 태양을 되살리려 핵폭탄을 안고 가는 이카루스호의 위기를 내부자인 동시에 외계적 존재의 등장으로 해결하려는 상투성이 첫째요, 비관에서 급격히 낙관으로 선회하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시선이 둘째다. 이카루스가 신화처럼 태양열에 녹아버릴지 말지 궁금증을 끝까지 밀어붙치는 지구력이야 좋지만. 이성욱/ <씨네21> 기자
<선샤인>은 우주를 무대로 한 SF영화의 관습과 클리셰를 모두 간직한 대니 보일식 우주 항모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이벤트 호라이즌>을 필두로 <아마게돈>과 <미션 투 마스>에 이르기까지, 장르적인 인용의 범위는 대단히 넓다. 물론이다. 클리셰와 인용이 많다고 저절로 나쁜 장르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니 보일이 캐릭터와 서스펜스의 적극적인 활용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아방가르드적인 편집이 클라이막스를 향해 지속될수록 태양을 살리기 위한 임무는 서서히 잊혀져간다. 장르팬들이라면 우주 SF에서 맛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장르적인 경외감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겠지만, 기똥차게 집어넣은 앰비언트 음악과 특수효과의 합일로도 원하는 만큼의 경외감에 다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니 보일의 모험은 이카루스 2호의 운명과 똑 닮았다. 김도훈/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