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월 처음으로 홍콩 필름마트에 참석했다. 홍콩국제영화제와 신설된 아시아영화상이 일반관객의 관심을 끄는 스타들이 가득한 이벤트인 반면, 필름마트는 가슴 뛰는 이벤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건 비판이 아니다. 영화마켓은 영화를 사고 파는 일을 용이하게 하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만들어졌고, 화려함이 아니라 효율성과 실용성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아시아 필름마켓이 출범하면서 아시아의 최고 마켓으로서의 필름마트 위치는 도전을 받았다. 그러나 아시아에는 다른 영화마켓들도 있다. 그중 제일 두드러지게는 부산의 필름마켓 불과 1∼2주 뒤, 도쿄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마켓 TIFFCOM이 있다. 아시아필름마켓과 TIFFCOM이 서로 붙어 있는 것은 분명 굉장히 번거로운 일인데, 특히 이들이 (마켓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마켓의 역할을 하는) 토론토영화제 바로 뒤에 열리고, 아메리칸 필름마켓도 그 조금 뒤에 열린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필름마트에서 들은 제작자 김형준 대표의 아이디어가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같다. 부산과 도쿄가, 판버러 에어쇼와 파리 에어쇼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격년제로 개최되는 것처럼 해를 바꿔 번갈아 가면서 마켓을 연다는 아이디어다. 영화 구매자들과 판매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여기서 오는 이점은 분명하다. 2곳의 마켓에 가는 것보다 1곳만 참가하는 것이 훨씬 돈도 덜 들고 시간도 덜 소모된다. 그러면서도 사업에서는 거의 같은 수준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여러 명의 한국 판매자들이 사적으로 이 글을 쓰기를 권고했다). 두 행사 모두 정부자금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두 나라의 납세자들의 돈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제들은 어떻게 되는가? 가장 명백하게 나올 수 있는 비판은 도쿄에서 마켓이 열리는 해에는 부산의 참가자 수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감소율이 예상보다 급격하지 않을 것이다. PPP, 부산국제필름커미션(BIFCOM), 스타 서밋 아시아(Star Summit Asia) 같은 부산의 다른 산업 관련 행사들은 계속해서 매년 열릴 수 있다. 많은 업계 참가자들이 영화를 보러 혹은 사람을 만나러 그래도 부산을 방문하기로 결심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것이 부산영화제의 진짜 강점이지, 마켓은 아니다. 게다가 부산에서 마켓이 열리는 해에 부산영화제는 일본 구매자와 판매자의 참석으로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참가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진실은 두 마켓 사이에서 조용한 경쟁의식이 자라고 있다는 것과 그것 때문에 두 마켓 모두 실용성을 띠려면 필요한 규모에 도달하는 데 방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부산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영화제 프로그램과 더 좋은 분위기를(모두가 부산영화제를 사랑한다) 제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인데다가 한국 영화사들이 잘 알고 있듯 어떤 땐 일본에 대한 판매실적이 세계의 나머지 실적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클 때가 있다. 아시아필름마켓은 일본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필요로 하지만, 특히 이제 일본에서 더이상 한국영화를 크게 탐내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이 부산에 많이 참가할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지난해에도 일본 구매자들이 부산에서 거래를 맺어놓고 TIFFCOM을 지지해주기 위해 기다렸다가 도쿄에서 계약서에 사인하는 상황들도 벌어졌다.
한국과 일본이 마켓을 번갈아 개최하면 자연스럽게 양쪽에서 더 큰 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며, 마켓의 위신을 크게 밀어올려줄 것이다. 한국이 더이상 아시아 영화산업의 최정상 자리를 당연시 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이것은 괜찮은 외교적 제스처도 될 것이다. 일본과 한국이 축구장에서 싸우는 모습은 감동적이지만, 만약 유사한 경쟁이 영화마켓 사이에서 벌어진다면 모두가 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