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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KT, DVD방과 디지털로 접속하다
이영진 2007-04-04

DVD방 대상으로 한 최신 영화 디지털 전송 서비스 시작, 전망은 엇갈려

KT가 DVD방 공략에 나섰다. KT는 지난 3월21일 전국 85개 DVD방을 대상으로 최신 영화를 디지털로 전송, 공급하는 ‘무비스팟’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맹 DVD방에 주문형비디오(VOD) 서버와 솔루션을 제공한 KT는 최신 영화 판권을 확보해 이를 디지털로 전송하고 있다. <그놈 목소리>를 비롯,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 <마파도2> 등 최신 영화를 포함해 DVD 미출시작,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약 50편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KT 관계자의 말. 현재로선 DVD급 5.1채널 사운드를 지원하지만, 조만간 HD급 디지털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다.

판권수익 회수, DVD방의 재개봉관화 가능성

소비자들로서는 나쁘지 않다. DVD로 출시되기 이전 최신 개봉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개 이상의 방에서 동시 상영이 가능한 디지털 전송 방식이라 이용자들끼리 다툴 필요도 없다. 현재 전국의 DVD방 수는 1500여개. KT보다 앞서 디지털 전송 서비스를 시작한 온타운이 450여개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고, 여기에 KT까지 가세한 터라 이용자들의 콘텐츠 선택 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온타운의 김영식 팀장은 “요즘 1주 이상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얼마나 되느냐”며 “신작을 찾는 수요들이 과거보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서비스는 성장 가능한 틈새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한다.

영화계에서도 일단 KT의 행보를 반기고 있다. 먼저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DVD방의 불법 상영이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영상협회의 한 관계자는 “DVD방의 상영은 대부분 불법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누구도 공연권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DVD방의 경우 저작권자와 계약없이 개인사업자들이 DVD를 상영하고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영상협회 등에서도 몇 차례 경고를 취했지만, 관행으로 굳어진 상황을 어쩌진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의 류형진씨는 “온타운에 이어 KT 등이 판권계약에 나서면서 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업계로선 포기했던 판권수익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나비픽쳐스의 이하영 부사장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윈도가 생겨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영상협회 유남준 부회장에 따르면, VHS, DVD 시장은 “2002년을 정점으로 매년 20% 이상 급감”하고 있고,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극장수익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무비스팟 등이 꽤 똘똘한 부가 윈도로 자리할 수도 있다. 관련 서비스 업체들도 편당 판권가를 밝힐 수는 없지만, 가맹점이 앞으로 확대될 경우에 제작사나 투자·배급사에 ‘쏠쏠한’ 자금이 분배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과연 단순한 전송 서비스에서 그칠까?

무비스팟과 같은 디지털 상영관 서비스가 와이드 릴리즈(광역 개봉)의 폐해를 다소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네마서비스의 김인수 대표는 “아직 단정할 순 없지만 잘되면 과거 재개봉관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영화들이 벌당 300만원에 가까운 프린트 제작 및 이송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수백개의 스크린을 잡으려 드는 무모한 와이드 릴리즈 배급방식을 택하고, 첫주 박스오피스를 노리지만 대부분 개봉 뒤 1주도 채우지 못하고 나락 신세가 되는 게 현실이라면, 디지털 전송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DVD방이 재개봉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송 서비스는 극장이 들어설 수 없는 산간, 도서 지역에도 미칠 수 있다. 김인수 대표는 “DVD방이 좀더 발전된 소규모 디지털 상영관으로 변모할 수 있다”며 “디지털 네트워킹으로 전국을 묶어낸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관심을 표한다. 현재 KT는 롯데, 씨너스 등의 극장체인들과 함께 디지털 시네마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같이 맞물린다면 유통 및 상영 비용을 줄이고 수익은 늘릴 수 있다. DVD방의 디지털 전송 서비스가 현재는 “기내 서비스와 비슷한 위치와 크기의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가맹점에 프로젝터 등이 갖춰지는 등 환경개선이 이뤄지면 팽창 가능성은 높다.

KT의 무비스팟 서비스에 견제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CJ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인 KT가 단지 DVD방에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만 볼 순 없다”면서 “망 사업자들끼리 벌이는 VOD, IPTV 경쟁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한다. 거대기업을 경쟁업체로 맞게 된 온타운은 처음엔 KT가 과연 이런 사업에 뛰어들까 의문이었다고 한다. 한 제작자도 “얼마 안 되는 수수료 챙기겠다고 KT가 달려들겠나”라고 반문하면서 “KT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시네마 사업의 일환으로 추후에 이뤄질 네트워킹을 위한 일종의 실험이며 온라인쪽에서도 뭔가를 준비 중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멀티플렉스를 지닌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일 수 있다.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 “10년 정도면 전국의 극장이 디지털 시스템으로 바뀐다. CJ든 쇼박스든 자체적으로 디지털 시네마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서울의 경우엔 디지털 시스템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자체적인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해도 결국엔 KT의 전송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KT의 이번 서비스는 디지털 네트워킹을 통해 극장을 포함한 모든 영화의 유통망을 장악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좀더 많은 자본이 들어올 것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사업과 콘텐츠 사업은 분명 다르다. KT가 그걸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섭다. 유통을 잡으면 다음은 콘텐츠다. 거대 콘텐츠 기업의 등장은 독점을 의미한다”. KT의 조그만 움직임에도 영화계 안팎이 들썩인다. “침소봉대는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게 KT 입장이지만, 초관심 대상인 만큼 KT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쉬이 식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KT의 무비스팟 서비스가 얼마만큼 반응을 끌어낼지 더 나아가 디지털 시네마 사업과 어떻게 연관될지는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말이다.

합법적 상영, 그 자체로 의미있다

KT 솔루션 사업본부 임장미 부장

-무비스팟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처음에 협력사에서 제안을 받아서 검토했다. KT가 망 사업자 아닌가. 그런데 정작 수익을 가져가는 곳은 포털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그래서 우리도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하게 됐다. 솔루션과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보면 된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나. =없는 걸 하겠나. 다만 KT의 통화사업이나 IPTV, 와이브로 사업 등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사실 그렇게 대중을 상대로 한 수익규모가 큰 사업 등은 더이상 찾기 어렵다. 기업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큰 사업만 벌이는 건 아니다. (웃음) 솔루션쪽으로 접근했던 것도 그래서다. 무비스팟은 다양한 수익원을 찾아보자는 차원이었다.

-다운로드 방식인데, 보안 우려는 없나. =이러한 서비스를 KT가 맨 먼저 한 건 아니다. 단 기존 업체와의 차별성은 자신한다. KT는 무엇보다 그동안 보안문제에선 강점이 있다.

-타 업체의 서비스와 차별점이라면. =제공하는 콘텐츠의 화질이나 품질이 낫다고 본다. 하지만 가맹점에 프로젝터 등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서 HD 화질을 구현할 만한 환경은 아니다. 이런 부분은 한꺼번에 바꿀 순 없고 좀 기다려야 할 문제다. 현재로선 시연을 통해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다.

-편당 판권료는 어느 정도인가. =금액을 말하긴 그렇다. 작품별로 편차가 크다. 우리 입장에선 애초 예상보다 높다고 여겼다. 경쟁사에서 가격을 많이 올려놔서. 게다가 KT가 한다고 하니까.

-디지털 시네마 사업과 관련이 있을 텐데. 영화배급 이야기도 그런 차원에서 나오는 듯하고. =기사들을 보면 우리가 그림을 그렸다기보다 바깥에서 그려주는 것 같다. KT이다보니 받지 않아도 될 오해들을 받는 것 같고.

-기대하는 시너지가 있나.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판권료를 지불하고 DVD방에서 합법적인 상영이 이뤄지니까. 이게 윈도로 자리잡으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고.

-DVD나 비디오 같은 다른 부가 윈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 =상황이 굉장히 안 좋은데 우리 서비스가 어떤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