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29일 오후2시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17명이 주민의 전부인 극락도에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함께 화투판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세 사람 중 두 사람의 참혹한 시체. 실종됐던 유력한 용의자인 나머지 한 사람 덕수 역시 머리가 사라진 토막시체로 발견된다. 마을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보건소장 제우성(박해일), 논리적이며 당돌한 초등학교 여교사 장귀남(박솔미), 극락전의 열녀 그림에서 헛것을 보는 초등학교 소사 한춘배(성지루), 마을의 모든 일에 관여하는 이장(최주봉)과 그의 아들들(박원상), 선대에서 가문을 위해 멀쩡한 며느리를 열녀로 둔갑시킨 것으로 전해지는 김노인(김인문), 어리숙한 덕수를 머슴처럼 부리는 판수, 떠돌이 거사로 장총을 들고다니는 용봉 등 주민 대부분이 용의자로 둔갑한다. 혼란한 상황 속에, 주민들 사이에 감춰졌던 각종 이해관계와 갈등이 떠오르고, 이들은 점차 광기에 휘말린다.
말말말 "이 영화 제작도 하고 PD도 하고 B카메라 감독도 잡았습니다. 스탭들을 모두 이끌고 촬영 첫날 섬으로 향하는 배를 탔는데 풍랑을 만났습니다. 촬영 쫑한 날은 술잔을 들고 브라보를 하다가 자빠져서 일곱 바늘을 꿰맸습니다. 열심히 찍었습니다."(최두영 두엔터테인먼트 대표) "영화를 보여드리기 전까지 영화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서 그간 홍보하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박해일) "여배우가 없어서 많은 남성분들 속에서 설레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17명이 모두 주연인데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쉽네요" (박솔미)
100자평 <극락도 살인사건>은 여러가지 장르를 혼합한 스릴러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고립된 섬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이 있고, 열녀사당과 얽힌 괴담이 있고, 이따금 코미디도 삽입된다. 이 영화의 초반은 이런 혼합이 과도하여 지루하고 산만하다. 그러나 마을 주민 일부만이 남게 되는 중반을 넘어가면 에너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누구도 이런 비극을 원하지 않았고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살인은 또다른 살인의 방아쇠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정교한 트릭과 냉정한 구성을 지닌 스릴러라기보다 광기에 기대어 스스로 달려가는 감정적인 스릴러에 가깝다. 김현정/ <씨네21> 기자
80년대 후반 12명의 섬주민이 단 한구의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소문을 접한 김한민 감독이 이를 모티브 삼아 완성한 <극락도 살인사건>은 한국영화가 유난히 취약한 장르, 미스터리 추리극을 표방한다. 최초로 대중적인 성과를 거둔 <텔 미 섬딩>을 비롯하여 많은 영화들이 이 장르에 도전했지만 정작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마저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적당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결말을 위한 복선을 착실히 준비하고, 마지막 순간 밝혀지는 범행의 전모와 동기를 납득할 만한 것으로 만드는 등 밀실살인을 소재로 한 추리극을 크게 흠잡을 구석없이 완성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의의는 충분할 것이다. 오정연/ <씨네21> 기자
17명의 마을 주민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극락도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케하는 영화적 장치는, 사건이 진행이 될수록 많은 논리적 헛점들을 드러내면서 이야기의 힘을 잃어간다. 특히 충무로의 대다수 스릴러 영화들이 그렇듯 마지막 사건 해설에 관한 부분은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정통 추리물을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실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충무로 스릴러에 기준을 둔다면, <극락도 살인사건>은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물이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사이 나온 충무로의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압도적이며 무서운 '열녀 귀신'과의 만남은 기억될 만 하다. 제 아무리 사다코와 가야코의 복사판이 판을 친다고 해도, 정통적인 '처녀 귀신'의 이미지는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김종철/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