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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원죄와 속죄 <뷰티풀 선데이>
정재혁 2007-03-28

과거에 발목잡힌 남자의 마지막 속죄.

인간의 죄의식은 사랑으로 치유되는가. 과거의 죄를 숨기고 사는 두 남자의 이야기 <뷰티풀 선데이>는 사랑과 얽힌 죄에 대한 이야기다. 고시생 민우(남궁민)는 우연히 본 여자 수연(민지혜)에게 한눈에 반한다. 사랑한단 말은 못하고, 뒤를 쫓아다니길 며칠. 그는 수연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사랑에 스스로를 자학한다. 그리고 강간. 비가 오는 어느 날 수연의 뒤를 밟던 민우는 우발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다. 집착이 사랑을 억누르고, 사랑이 파멸을 불러온 순간, 영화는 카메라를 몇년 뒤로 돌려 수연과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민우의 모습을 잡는다. 비, 강간, 죄, 아픔. 두 남녀의 연애 속에 과거의 기억은 잠시 생략된다.

또 한명의 남자 강 형사(박용우)의 과거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다. 얼마 전 강도 사건으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강 형사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뛰어다니던 발걸음은 어느새 마약 조직의 뒷돈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고, 경찰 동료 내에서는 안 좋은 소문이 새어나온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강 형사가 집어넣은 마약거래상 조상태는 출소한 뒤 강 형사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앞뒤로 궁지에 몰린 강 형사, 그는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의식 속에서 경찰서를 찾아온 민우와 마주한다.

민우와 강 형사의 대립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뷰티풀 선데이>는 이후 이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간다. 교차편집으로 연결된 두 남자의 사연은 평행하게 진행되며, 때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두 이야기가 마지막의 반전을 위해 하나로 만날 때, 영화는 이미 결정된 결론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듯한 인상을 준다. 민우와 강 형사의 사연이 영화 마지막에야 폭로되기 때문에 관객은 그때까지 다소 밋밋한 캐릭터와 싸워야 한다. 이야기와 인물에 긴장감을 부여해줄 장치에 좀더 신경을 썼다면 어땠을까. 인간의 원죄와 속죄를 얘기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경청할 만하지만, 그 의도가 둘러입은 이야기의 형식은 치밀하지 못하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로서 극적인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인물의 죄의식을 사랑의 책임으로 돌리고, 강간과 집착행위를 인간의 원죄라고 회피하는 식의 결말도 꺼림칙하다. 영화는 제목을 ‘사랑이 용서받는 날’이라고 설명했지만 영화가 벌여놓은 문제들은 좀처럼 수습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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