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27일 오후4시30분 장소 시네코아
이 영화 중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자 마츠코(나카타니 미키)는 25년의 세월동안 왜, 어떻게 ‘혐오스럽다’는 수식어를 갖게됐을까. 마츠코의 죽음으로 이야기의 문을 여는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마츠코의 조카 쇼(에이타)가 고모의 유품을 챙기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한때는 밝고 명랑한 소녀였지만, 아픈 동생에 대한 아버지의 편애로 애정결핍에 시달렸던 마츠코. 그녀는 수학여행에서 벌어진 절도사건의 누명을 쓰고 교사직을 그만두게 된다. 이후 가출과 방황, 절도범 제자인 료(이세야 유스케)와의 재회와 동거. 마츠코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인생의 달고 쓴맛을 극단적으로 경험한다. 국내에선 <불량공주 모모코>로 알려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2006년작. 굴곡을 요동치는 한 여자의 일생을 유머와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내는 개성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에이타, 이세야 유스케는 물론 여주인공 나카타니 미키의 연기는 놓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100자평 MTV와 CF의 신세대가 일본 영화계에 본격적인 진입을 개시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닥 쓸만한 인재들은 없었다는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기리야 가즈아키(<캐산>)처럼 재능있는 친구들이 장난같은 만화경의 세계에 탐닉하느라 이야기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로 눈만 고달플 뿐이다. 나카시마 데쓰야는 다르다. 그는 만화경의 매력에 탐닉하면서도 다양한 관객과 소통가능한 이야기의 끈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인상적이었던 전작 <불량소녀 모모코>에 이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역시 마찬가지다. 이 괴이한 영화는 MTV적 감수성과 전통적인 ‘여인잔혹사’ 장르의 묘한 접붙이기라 할만한데, 반세기에 걸친 마츠코의 징그럽게 고난한 일생을 키취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경쾌하게 포장해놓은 덕에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지칠일이 없다. 게다가 지나치게 과시적인 연출이 살짝 헛점을 내보이는 순간, 귀신처럼 영특한 나카타니 미키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화면을 장악한다. 김도훈/ <씨네21> 기자
논두렁 위의 로코코 양식, 추리닝과 드레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대상의 ‘갭(gap)’을 무기로 유쾌한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불량공주 모모코>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감정의 갭을 이용한다. 웃음과 눈물, 고난과 행복은 서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빈번한 새옹지마를 증명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건을 품에 안은 마츠코의 일생은 인생의 가치를 고민한다. 젊은이들의 거리 시부야에서 출발해 헤세 원년의 풀밭을 오가는 카메라는 마츠코와 그녀의 조카 쇼의 관계를 현대 일본 사회에 대한 거울로 사용한다.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지는 역사적 사건과 이를 마츠코의 에피소드로 변주하는 감독의 재치도 흥미롭다. 한 여인의 잔혹사를 동화적 색채로 장식하며, 일본 젊은이들에 대한 반성을 놓치지 않는 감독의 ‘귀여운 교훈’. 마츠코의 때늦은 귀가는 시부야 거리를 향한 경쾌한 팬 레터다. 정재혁/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