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슈퍼히어로를 향한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컬럼비아픽처스는 최근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뒤를 이을 차기 영웅으로 1930년대 라디오 드라마 스타 <그린 호넷>을 낙점했다. 이번 건은 마블 코믹스 원작의 <고스트 라이더>로 안정적인 흥행 성적을 거둔 컬럼비아픽처스가 <고스트 라이더>의 시리즈화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기획한 새로운 슈퍼히어로 프로젝트다.
미국 라디오 방송의 황금기를 풍미한 <그린 호넷>은 아버지의 신문사를 이어받은 바람둥이 상속자 브릿 레이드가 밤마다 복면을 하고 도시의 악당과 싸우는 영웅담이다. 최첨단 자동차 ‘블랙 뷰티’와 비장의 전기 충격기로 무장한 레이드가 자신을 생명의 은인으로 따르는 동양의 무술 고수 가토와 활약상을 펼친다. 디트로이트 XWYZ 라디오의 인기 작가 조지 W. 트렌들, 프랭크 스트라이커가 쓴 <그린 호넷>은 1936∼52년에 걸쳐 여러 라디오 네트워크에서 인기리에 장수했고 만화책, TV시리즈로도 각색됐다. 그중 반 윌리엄스가 주연한 1966년 <ABC>의 TV시리즈는 베이비붐 세대 사이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당시 미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소룡이 가토 역을 맡았다. 1940년대 두편의 그린 호넷 영화가 나온 이래 유니버설, 미라맥스 등의 스튜디오가 수차례 또 다른 영화화를 기획했지만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물망에 올랐던 주연 후보는 조지 클루니, 마크 월버그, 제이크 질렌홀과 이연걸 등이었다.
한편 원작자 유족을 장기간 설득한 끝에 <그린 호넷>의 판권을 얻어낸 제작자 닐 H. 모리츠(<패스트 앤 퓨리어스2> <클릭> <에반 올마이티>)는 “<스파이더 맨>을 영화화한 컬럼비아픽처스와 손잡아 더없이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66년 TV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에 따르면 영화 <그린 호넷>은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될 수도 있지만 원작의 캐릭터 설정은 그대로 살릴 방침이라고. 현재 컬럼비아픽처스와 닐 모리츠는 작가를 물색 중이며 캐스팅과 감독,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