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손씨 아저씨도 무지 답답했을 것이다. 당을 박차고 나올 만한 계기가, 정책이든 이슈든 뭐든 있어주질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한-미 FTA, 파병, 북-미관계, 사립학교법, 하다못해 일본 총리의 망언 같은,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가늠할 문제가 넘쳐나도 “실용”(이씨)이냐 “청렴”(박씨)이냐, “개발독재”(안티 이씨)냐 “군정”(안티 박씨)이냐 식의 추상적 표어 아래 너도나도 줄서기 하느라 바빠 아저씨랑 싸워줄 이들이 없긴 했다. 그나마 있던 싸움 거리가 후보 경선 룰이었는데 이씨 아저씨랑 박씨 아줌마가 타협 분위기로 가버렸다. 이러다간 앉아서 죽겠다 싶었나보다. 그가 3월19일 “낡은 정치질서 교체”를 외치며 불과 한달 전 자신이 주인이라던 한나라당을 나온 것은 차라리 서서 죽자는 심산 같다(그나저나 정말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과 노무현파를 뺀 나머지 밍밍한 ‘중도’들이 아저씨를 미는 거야?). 1993년 ‘학실히’ 특이했던 그분을 따라 민자당에 입당한 이래 장관도 하고 3선 의원도 하고 경기도지사도 했지만 요즘처럼 아저씨가 주목받은 때도 없지 싶다. 대체 그를 뭐라 불러야 하나.
본인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위한) 불쏘시개”, “치어리더”라고 명명했다. 한나라당에서는 “15년 동안 먹던 우물에 침뱉는 비신사”라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손씨와 구여권이 주창하는 제3지대는 잡탕·우범지대”라며) ‘잡탕밥 재료’이자 ‘우범지대 양아치’ 취급을 했다. 이럴 때 절대 안 빠지는 노무현 대통령은 “보따리장수 같은…”이라 품평했다. 그나마 10년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서 탈락하고 뛰쳐나와 독자 출마했던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만 “개척자”라고 그럴듯하게 이름붙여줬다(심한 자뻑이지만).
아저씨의 탈당에 여기저기 눈 돌아가고 주판알 튕기는 소리 들린다. 수많은 선수들이 물고 물리고 있다. 아저씨가 등판을 할지 벤치를 지킬지 아니면 진짜 관중석에서 치어리더를 할지 모르겠지만, 대선 경기의 ‘원 오브 뎀’인 것만은 분명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