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이별예방 참고서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

안타까움보다 매끄러움이 넘쳐나는 이별의 남녀상통지사.

제니퍼 애니스톤이 브래드 피트와 갈라서지 않았더라도 이 결별 스토리에 캐스팅됐을까, 제니퍼 애니스톤이 빈스 본과 달아오르지 않았다면 이 엇박자 애정극이 그렇게 화제가 됐을까, 하는 1차원적 눈초리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개인 누구에게나 사랑의 발견은 100만볼트짜리 아드레날린 주사이며, 이별의 확인은 전 우주의 죽음을 알리는 선고다. 무수히 변주를 반복하는 사건의 디테일이 문제일 뿐이다.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愛)>는 짜릿한 연애 발생사를 최대한 간략하게 처리한 채 애정의 데드맨 워킹을 길게 주시하는 남녀상통지사다. 물론 사도마조히즘 로맨스는 아니다. 바람나거나, 불치병에 걸리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별예방 참고서로 삼을 만한 드라마다.

게리(빈스 본)는 시카고 거리를 누비는 관광 가이드답게 지칠 줄 모르는 유쾌한 입담과 에너지의 소유자다. 브룩(제니퍼 애니스톤)이 게리의 당찬 작업 스타일에 반한 배경에는 청담동 스타일의 갤러리에서 성질죽이고 봉급쟁이 큐레이터로 일하는 고충이 없었을 리 없다. 공교롭게 갈등의 점화 역시 스타일 차이에서 출발한다. 게리는 브룩의 정서적 기대치에 2% 못 미치는 언행을 일삼는다. 예컨대 게리는 레몬 12개를 구입할 가격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게 식용이 아니라 식탁 위 장식물로 놓을 때의 값어치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레몬 12개가 아우를 미술적 존재감을 상상했던 브룩이 달랑 3개만 사오고도 뭘 잘못했냐고 바득바득 우기는 게리에게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그런 게 켜켜이 쌓여 브룩은 게리가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이해하려들지 않는다고 여긴다. 급기야 게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회개시키려는 ‘오버’ 작전을 몰아치지만, 늘 그렇듯이, 게리는 뭐가 문제였는지 너무 늦게 깨닫는다.

대부분의 연애는 한숨에 승부내는 100m 달리기가 아니다. 뛰다가 지쳐 걷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지만 경주 자체를 기권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따른다. 브룩과 게리 역시 우두커니 멈추어 트랙 밖으로 뛰쳐나가는 게 과연 최선인지 고민한다. 이별후애(愛)는 그럴 때 생겨난다. 브룩과 게리가 다듬고 보듬는 이별후애는 상대적 의미에서 최선일 것이다.

빈스 본과 제니퍼 애니스톤이라는 배우 본연의 스타일이 더해졌겠으나 게리는 무심한 남성의 전형이요, 브룩은 현명하고 사랑스런 여성의 화신이다. 하여 이들의 이별은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하긴 그게 전략인가?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