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토론회장. AV산업은 협정에서 제외된다던 한국쪽 수석대표는, 협상대표가 스크린쿼터에 관한 특별 규정도 모르냐는 눈총을 받자 “미국인들이 볼 영화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첫 단락에 나오는 장면이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에서 제목을 따온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열일곱명의 다큐멘터리 작가가 모여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질문하면서 영화가 현실 인식에 눈감지 않고 변화의 의지를 따를 것임을 밝힌 작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사학법 개정, 양심적 병역거부, 여성 농민, 평택 대추리 등 현실의 단면들을 들여다본 작가들은 ‘한국이 미쳐가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며칠 전엔 한-미 FTA 8차 협상이 ‘잘’ 마무리됐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고, 스크린쿼터는 원상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그외에도 악질들이 이끄는 대세가 뒤바뀌기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그 밑에 묻힌 진실과 미래로 열린 문제마저 잊을 수는 없겠다. 제작 뒤 전국 순회 상영, 온라인 공개와 홈페이지 다운로드의 과정을 거치며 세상과 만난 <불타는…>이 배급의 끝단계인 DVD로 나왔다. 영화의 뜻에 맞게 향후 더 큰 세상과 맞닿아 영화의 사회비판적 기능을 부각시키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