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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이 감독을 추천합니다

현대 영국사회의 치부를 냉정하게 드러내는 감독, 닉 러브

2주 전 <씨네21>에서 “세계의 신성감독 12인”(593호)을 위해 요즘 떠오르는 영국 감독에 대해 기고해달라 했을 때 에드거 라이트(<숀 오브 데드: 새벽의 황당한 저주> <핫 퍼즈>)를 선택하기란 쉽고 빠른 일이었다.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또 다른 후보는 최신작 <아웃로>를 영국에서 개봉하긴 했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라이트의 코미디영화의 몇분의 몇 정도 수익밖에 올리지 못할 것이며, 해외에서 거의 상영되지 않을 것이다. 라이트와 달리 닉 러브 감독은 해외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게다가 현대 영국사회에 대한 그의 해석은 분필과 치즈만큼이나 라이트의 해석과 다르다.

<아웃로>

닉 러브의 <아웃로>는 잔혹하고, 종종 욕지기가 치밀어오르게 하지만, 현대 영국의 일상에서의 잔혹함과 자경주의에 대한 대단히 강렬한 드라마이다. 그가 이전 두 장편영화와 마찬가지로 와이드 스크린 DV로 찍어서 35mm로 변환한 이 영화는 법 시스템을 교묘히 빠져나간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함께 뭉친 격노한 사회의 다양한 인자들(이라크전쟁 퇴역 군인, 흑인 변호사, 젊은 여피족, 경비원, 은퇴한 경찰)의 이야기를 반영하는, 차갑고 황량한 시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37살인 러브의 영화들은 공식 기금단체들의 지원을 정기적으로 거부당한다. 그리고 그는 런던에 살지도 않으며, 보통 미디어업계 사람들의 사교장인 소호 클럽과 그라우초 클럽에서 놀지도 않는다. 그의 영화들은 극장에 개봉할 때는 거의 수익을 못 내지만, DVD로 출시되면 젊은 도시 노동계급 남자들에게서 할리우드급의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인다.

두 번째 장편인 축구 훌리건과 서포터들의 거리 갱들에 관한 <풋볼 팩토리>(2004)는 (약 100만달러의) 제작비보다 약간 많은 수익밖에 못 냈지만, 영국에서 97만장의 DVD를 판매했다. 80년대 스페인으로 숨어버린 영국 조폭들에 관한 <비즈니스>(2005)라는 그의 세 번째 영화는 300만달러밖에 벌지 못했지만 50만장이 넘는 DVD를 판매했다. <아웃로>는 어떤 관점도 취하지 않고 인물들에 대한 손쉬운 속죄나 보상도 담아내고 있지 않아 영국의 민감한 미디어인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 영화는 앨런 클라크의 <스컴>이나 데릭 저먼의 <주빌리> 같은 영화들이 등장했던 70년대 이후 영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영국사회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으며 진정으로 도발적이다. 또한 러브의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젊은 대니 다이어뿐만 아니라 숀 빈과 밥 호스킨스 같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뛰어나다.

요즘 영화치고 정말 옷깃을 잡고 당신을 흔들어대고,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영화가 몇이나 되나? 이런 경험은 깊게 감동받거나(말하자면 로맨틱드라마로) 아니면 완전히 겁에 질리거나(공포영화로) 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 오락의 이름으로 (<300>과 다른 많은 미국영화들처럼) ‘신야성주의’를 펼치는 시각효과로 공격받는 것과도 다르다.

<아웃로>는 가짜로 복사된 것이 아닌, 적어도 영국 관객에게는, 알아볼 수 있는 사회를 보여주기 때문에 동요하게 만든다. 그 영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좋든 싫든 영국사회의 결점에 공모하도록 만든다. 60년대와 70년대에는 이런 영화들을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어디서 왔든 이른바 ‘선동’영화라고 불렀다. 오늘날 세계영화의 ‘탈정치화 된’ 부르주아 풍경 속에서 러브는 자기 영화 속 인물들만큼이나 무법 상태다. 그 사실은 영화로서도, 세계로서도 슬픈 일이다.

러브의 차기작은 거친 70년대 영국 TV시리즈 <더 스위니>를 영화화한 것이 될 예정이다. 경찰드라마인 <더 스위니>는 리얼리즘으로 인해 당시 혁명적이었으며, 고(故) 존 소의 출세작이었다. 러브가 이번에 갑자기 부드러워지지 않길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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