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홍콩국제영화제가 ‘아시아의 오스카’를 겨냥해 아시아영화상(AFA)을 만드는 등 규모를 한껏 늘려 3월20일 개막한다. 레드 카펫 행사로 시작하는 AFA에는 뤽 베송 감독과 홍콩 최고의 감독으로 부상한 두기봉(조니 토)을 비롯한 양조위, 유덕화 등 홍콩 스타들, 와타나베 겐, 나카타니 미키, 안도 마사노부 등 일본 배우들이 참석한다. 한국 영화인의 참가도 대대적이다. 개막작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감독, 임수정과 정지훈을 비롯해 송강호, 이병헌, 김혜수, 정우성 등이 카펫을 밟을 예정이다. 봉준호, 홍상수 감독은 작품상과 감독상 등의 후보로 지명됐다. 심사위원으로 마르코 뮐러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죈 칸영화제 영화부문이사를 영입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AFA로 영화제의 화려한 외양을 갖췄다면, 완성된 영화를 사고 파는 필름마트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제작비 조달과 사전판매를 도모하는 HAF(Hongkong-Asia Film Financing Forum)가 동시에 개막해 홍콩이 아시아 영화산업의 구심점임을 주장할 예정이다. 부산영화제의 PPP와 유사한 HAF에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구로사와 기요시, 중국의 지아장커와 로우예, 호주의 클라라 로, 대만의 장초치, 홍콩의 팡호청과 마벨 청 등의 신작 25편이 선정됐다. 한국에선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재용 감독의 <귀향>, 노동석 감독의 <사랑, 사라지고 있습니다>, 김영남 감독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 4편이 참여한다.
4월11일까지 23일간 이어질 영화제에는 52개국 300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다큐멘터리를 포함하면 16편이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13일 현재,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2만5천장의 티켓이 팔렸다고 보도했다.
영화제를 책임진 홍콩무역발전국이 수십억원의 예산을 AFA에 따로 배정하는 등 영화제 위상 제고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싸이더스HQ의 박성혜 본부장은 “첫 행사지만 심사위원 등 참여하는 영화인의 면면에서 신뢰가 느껴졌고, 게스트 대우에 대한 조건도 매우 좋아 배우들이 많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제의 컨설턴트로 도움을 주고 있는 오정완 영화사 봄 이사는 “우리의 영진위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홍콩 영화산업을 살리려는 접근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는 어워드라는 아이디어를 내서 홍콩이 아시아 영화산업의 허브라는 주도권을 심리적으로라도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은 안정숙 영진위 위원장은 “바이어 등이 홍콩뿐 아니라 메인 랜드 중국을 보고 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게 (영화제와 홍콩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직접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