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애가 보챌 때 잽싸게 감기약을 먹인다. 바둥대는 손발을 누르고 도리질치는 입을 벌려 붙든 채 밀어넣는다. 울며불며 난리치지만 잠결이라 결국 다시 잠든다. 물론 살살 달래며 먹이고 싶다. 하지만 그러다 완전히 깨면 낭패다. 약기운에 아침에라도 푹 자야 애도 나도 기력을 회복하니 말이다. 내 마음이 급할수록 더 험하게 다루게 된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위군중을 토끼몰이식으로 다룬 걸 보고 아주, 심히 찔렸다. 3월 안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니 정말 급했나보다. 취재 중이던 기자들도 여럿 다쳤단다(달덩이 같은 <한겨레> 최원형 기자 얼굴에도 ‘기스’가 났다). 문제는 이런 다급함이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협상타결 3월(협정체결은 6월) 기준은 미국법에 따른 시한일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체결해서 국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는지 법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협상 내용을 국회에 알리고 의논할 의무도 없다(행정처리 지침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 민의를 수렴할 통로가 ‘지대’ 막힌 거다. 이런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이 극한 저항과 진압의 불씨가 됐지 싶다. 국민은 그렇다쳐도 공사다망한 의원들이 내용을 제대로 알까?(그래서 열린우리당 ‘출신’ 일부 의원들이 뒤늦게 공부한다고 난리치는 모양이다). 알면 알수록 우리가 손해라는 얘기가 국회에서 들려온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 같은 것은 협정이 체결되면 로열티 물어내느라 자체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다는데, 이른바 선진경제는 서비스와 지식에서 결판난다며. 이 와중에 웬 CNN 한국어 방송을 대통령이 나서서 거드냔 말이다. 우씨(나 CNN에 맺힌 거 결코 없음).
개헌 다음으로 한-미 FTA에 ‘페티시즘’을 지닌 듯한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맞는 말을 했다. “무조건 타결하려 한다면 우리가 불리한 여건에 처하게 된다.” 한마디로 ‘지구는 둥글다’는 거다. 제동을 걸 방법은 없을까? 체결된 뒤 친미파 의원들이 알아서 거부할 리 없으니, 그저 우리 협상단이 미국이 정한 시한을 넘기며 뭉개길 기대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