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마운틴>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게 ‘기괴한 컬트 감각의 소유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군인에게 집단 학살된 시체의 몸에서 끝없이 나오는 새들, 온갖 이교도와 주술의 낯선 상징들, 똥으로 금을 만드는 연금술. 더럽고 잔혹하며 펄펄 뛰는 풍자의 통렬함 때문에 뇌가 욱신거릴 정도다. 처음 20분이 지나면 묘하게 자극적이지 않은데 감각기관이 과부하된 원인도 있겠지만 감독이 각각의 문단을 아방가르드 미술의 분위기 안에서 신화 양식 안으로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남성주의, 군사독재, 대통령, 기업가, 종교인, 제국주의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조리한 권위에 대한 육두문자 섞인 욕을 영상화한 것 같다.
예수를 닮은 사내가 나타났을 때 그를 진심으로 반긴 것은 손 잘린 난쟁이와 창녀들뿐이었다. 시민들은 독재정권에 영합했고 교회는 눈감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즐겼다. 그는 ‘우주적인’ 영적 지도자의 제자로 들어가면서 다른 일곱명의 태양계를 대표하는 인물을 알게 된다. 이들은 기업주, 경찰서장, 예술가, 대통령의 재정고문들로서 합법적 ‘도둑’들이었지만 불멸의 삶을 얻기 위해 속세의 기득권을 버린 뒤, 성스러운 산 정상의 현자들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전작인 <엘 토포>와 비슷하게도 타락의 극한에서 ‘영적인 고귀함’과 마주치게 되는 운명을 다룬다. 그러나 주인공 개인이 아니라 사회 지배계급이 통째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동시대 지식인들의 염원을 영화화했다.
이야기의 속도감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각 장면은 비디오아트나 팬터마임을 연상시킬 만큼 상징적이다. 특히 산 정상에 오르기 직전 각 인물이 치르는, 과거 업보를 토해내는 퍼포먼스는 정말 힘들어 보인다. 결말의 반전도 흥미로운데,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와 관객이 속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생각하게 한다. 최첨단의 문명의 비리를 총망라하고 여기에 태양계 행성 이름을 붙임으로써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아마도 ‘우주적인 신화’를 구축하려고 한 듯하다. 하지만 그의 상상력은 역설적이게도 멕시코 지역의 향토적 종교 정서를 느끼게 한다. 죽은 코끼리의 살을 뜯어먹듯, 빵으로 만든 예수의 성상을 먹는 식인-성육신 장면이 특히 인상 깊다. 난쟁이와 기형아에 대한 감독의 무한한 애정과 자주 등장하는 누드 동작, 감정이입된 퍼포먼스 등은 심오한 정신을 뼈와 살에서 발견하는 (영육이 일치된) 멕시코 민간의 신비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