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북한과 미국 사이가 좋아져 있다. 무서워 죽겠으니 제발 둘이 만나 말로 하라고 애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체제를 논의하기로 했단다(그러고보니 한반도는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멈춘 상태였지). 지난 2월13일 베이징에서 비공개로 만나 핵불능화 등을 합의할 때도 그러려니 했는데. 얘들이 올해 친해질 운이라도 세게 들어와 있나?
3월5∼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해결하자고 먼저 얘기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기절차에 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듯하다(고농축 우라늄은 미국이 엄청 뻥친 의혹이니 아쉬울 게 없을지도 몰라). 미국은 북한을 옥죈 자금 동결에 대해 “미국 손을 떠났다”며 더이상 압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처럼 밝힌 데 이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도 테이블 위에 내놓고 얘기한 모양이다. 북한은 양국이 연락사무소를 둘 것 없이 곧장 수교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미국 대표의 표현대로 둘은 “지겨울 정도로, 원하는 만큼” 자주 만날 태세다. 앗싸. 하지만 여기까지. 닭 쫓다 지붕 쳐다볼라(게다가 지금 심각한 ‘일본 겐세이’ 들어와 있다. 일본은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앞세운다. 국내 ‘극우 겐세이’도 만만찮다. <월간조선> 등은 미국이 북한에 군사행동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 뉴욕회담의 토대가 된 2·13 합의를 임시방편으로 이끌어낸 것일 수 있다며 ‘호시침침’ 긴장을 부추긴다).
사주명리학을 하는 분 얘기로는 사주팔자가 아무리 좋아도 운이 나쁘면 안 풀리고 거꾸로 아무리 나빠도 운이 좋으면 그럭저럭 넘어간단다. 타고난 사주가 자동차라면 들고 나는 운은 길이라는 게다. 벤츠 타고 자갈길 가는 것보다 티코 타고 고속도로 달리는 게 훨씬 낫다. 팔자 센 한반도에 올해 어떤 운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떤 ‘같기도(道)’라도 그 길 타고 부디 안전운행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