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후회스런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당신의 선택은? 이미 수편의 영화에서 반복된 시간 여행의 테마를 <나비효과>는 신선한 시각 효과와 흥미로운 기교로 풀어낸 바 있다. <나비효과2>는 전편의 기본 컨셉만 고스란히 추출해 20일 만에 촬영을 마친 다음 미국에서는 곧바로 DVD로 출시됐다. <마스크> <스콜피온 킹>의 촬영감독인 존 R. 레오네티 감독이 연출 데뷔작 <모탈 컴뱃2>에 이어 또 다른 속편에 도전했는데 그 결과는 감독의 전작만큼이나 부정적이다.
성공에 목마른 야심찬 젊은이 닉 라슨(에릭 라이블리)은 휴가도 반납하고 회사로 복귀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만난다. 동승한 애인과 친구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그는 직장에서도 낙오되며 고통스레 살아가다 우연히 한장의 사진을 통해 과거를 되돌리는 능력을 얻게 된다. 휴가 사진을 이용해 여자친구를 되살린 닉은 거만한 직장 상사를 곯려주는 데 능력을 쓰기 시작하고, 작은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그는 부사장의 지위와 섹시한 정부까지 얻는 행운을 누린다. 물론 전능한 신의 영역을 넘보는 주인공에겐 처벌이 뒤따른다. 요긴한 마법의 지팡이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함께 몰고오고, 닉이 자신의 과오를 수정하려 하면 할수록 수렁은 더 깊어질 뿐이다.
편집증과 망상, 시간 여행의 환상이 교차했던 전편의 어지러운 여정은 과감히 삭제됐고, 덕분에 내용은 훨씬 이해하기 쉬워졌다. <나비효과2>의 모든 사건은 결국 일과 사랑 모두 성공하고 싶은 샐러리맨의 과욕에 대한 한편의 교훈극으로 요약된다. 끔찍한 학대의 기억과 유전적 질환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전편의 주인공에 비해 승진에 대한 닉의 욕망은 한편의 극을 추동하기엔 허무하리만큼 단순하다. “괜히 과거를 바꾸려고 긁어 부스럼하지 말라”는 결론은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화려한 기교마저 결여된 <나비효과2>는 주제의 진부함을 속절없이 노출할 뿐이다. “내 인생 내 맘대로” 하려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인생의 참뜻을 깨닫는다는 내용은 최근 개봉한 애덤 샌들러의 <클릭>을 연상시킨다. <클릭>의 발랄한 휴먼코미디가 같은 메시지를 부담없이 요리해낸 데 비해 <나비효과2>의 정색한 교훈극은 실소를 자아낸다는 차이가 있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초감각 스릴러’라는 장르명인데, 충격과 서스펜스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를 과연 스릴러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