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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부산에서 만나요

부산이여, 영화인들의 실제적 고향이 되어 창조적이고 젊은 인구들을 불러모으라

때는 2020년. 이제 “충무로”라는 말은 역사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버렸다. 대신 기자들은 한국 영화업계를 일컬어 “해운대”라 한다. 언론 및 VIP 시사회들은 부산에서 열리고, 메이저 영화사들은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긴 하지만 모두 이 항구도시에 운영의 기반을 두는 상황이다. 유명한 배우와 감독들도 모두 부산을 집으로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이 여전히 한국의 정치적, 재정적 수도로 남아 있긴 하지만 창조적인 커뮤니티, 즉 예술가, 디자이너, 음악가들은 이미 남쪽으로 내려온 지 오래다.

독자들이여, 나는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들린다. “스트레스 때문에 달시의 머리가 맛이 갔구나. 결국 정신이 나가버렸어.” 서울이 워낙 오랫동안 한국의 문화생활을 지배해와서 그것을 어떤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기란 어렵다. 내 의도는 이런 식의 변화가 확실히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주장하고 싶다.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 중 하나는 대도시와 소도시간의 생활격차가 점차로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과 인구가 더욱 유동적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라면 젊은 층- 특히 가난한 예술가들!- 이 그런 길을 가게끔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 도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 즉 예술가들이 한 공동체 안에 정착하고 거기서 왕성한 문화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침내 그 지역의 위상이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과 사업들이 몰려들고, 집값이 올라가고, 결국 예술가들은 물가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으로 떠나게 된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것들- 카페, 트렌디한 레스토랑, 음악 클럽 등- 이 부산에 더 많이 개업하면서 젊은이들을 서울에서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가 뒷받침해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만약 한국에서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젊은이들이 이주할 경우, 한국 영화업계가 마침내 그들을 따라오게 되는 연쇄반응을 상상하는 것은 힘들지 않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는 20대와 30대 젊은 전문인들을 끌어들이려는 미국 도시들의 노력을 자세하게 다뤘다. 정말로 뉴욕과 시카고의 젊은 층 인구가 최근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아틀랜타나 오리건주의 포틀랜드같이 “최신 유행을 달린다”고 알려진 곳들은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젊은 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는 저렴한 물가, 용이한 대중교통, 다양한 선택의 폭이 있는 유흥시설, 다양한 주민구성 등이다(흥미롭게도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게이들이 많이 사는 도시들이 크게 사람을 끄는 것으로 나왔다).

도회적인 매력에 부두와 해변의 낭만을 갖춘 부산은 서울보다 물가가 더 감당할 만한 수준이므로 언젠가는 영화인들을 비롯한 젊은 한국인들을 이주하고 싶게 만들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산업이 할리우드처럼 국가의 수도 밖으로 이동할 만한 현실적인 근거도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중심에 위치한 스튜디오 그리고 지원을 잘해주는 지방정부 덕에 영화 촬영의 태반은 이미 부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기술적으로 최전선을 차지하게 될 새로운 후반작업 시설이 향후 몇년 내에 부산에 문을 열 것이며, 그때쯤이면 영화진흥위원회가 남쪽으로 이사를 완료한 시점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있다는 것과 영화제 기간 외에 시네마테크로 활용될 건축학상으로 주목할 만한 영화센터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티핑 포인트>는 가끔은 작고 분간하기 어려운 발전이 사회 체계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주요한 재편성을 이끌어낼 때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영화업계가 서울에 영원히 중심을 잡고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변화된 유행과 경향 때문에 어느 날 부산으로 가게 될 가능성 또한 크다.

번역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