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걸스>는 1965년 일본 후쿠시마현을 배경으로 순박하고 따뜻한 훌라춤 도전기를 그려낸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강원도 태백 같은 그곳에 어느 날 ‘훌라댄서 모집’ 공고가 나붙는다. 생뚱맞아 보이는 전단지가 나붙게 된 사연은 이렇다. 석유에 밀려 석탄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든 시절, 탄광이 폐쇄되고 직원들은 정리해고된다.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안이 하와이언 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회사에선 일부 직원들도 다시 고용할 수 있고 관광수입도 올릴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대대로 탄광 일에 종사하며 살아온 주민들은 선뜻 찬성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댄서로 지원하려던 마을 여자들은 거의 벗은 차림으로 춤을 추는 영상물을 보고는 기겁을 한다. 결국 도쿄에서 모셔온 마도카 선생(마쓰유키 야스코)이 도착했을 때 남은 지원자는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소녀 사나에와 기미코(아오이 유우)를 비롯해 달랑 4명이다.
완전 문외한이 스포츠나 악기, 무용을 배워 멋진 공연을 해낸다, 라는 스토리는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이야기 공식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그래서 마침내 힘겨운 연습 끝에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모두가 감격한다. <훌라걸스>도 비슷한 맥락에서 ‘훌라’ 춤에 도전한다. 하지만 영화는 훈련과 연습과정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시대에 뒤처진 산업에 종사하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고루 눈길을 주고 있다. “손톱 밑에 낀 때”가 지겨워서 훌라춤을 배우려 했던 사나에, 돌아갈 곳 없는 마도카 선생, 춤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보이는 기미코, 야자수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광부 등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다. 변화하는 시대의 조류에 밀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새로운 희망에 대한 믿음이 탄광촌과 훌라춤이라는 묘한 결합을 통해 그려지는 <훌라걸스>에서 아무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훌라춤일 수밖에 없다. 무아의 경지에서 훌라춤을 추는 마도카 선생과 기미코의 모습은 춤 자체가 가진 매력을 느끼게 한다. 모든 동작에 의미가 있다는 훌라춤은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힘도 발휘한다. 시대와 청춘을 고루 담아낸 이야기 구조는 탄탄하지만, 익숙한 공식은 감동도 미리 가늠하게 하는 아쉬움이 있다. <69> <스크랩 헤븐>을 만들었던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은 <훌라걸스>로 주류 일본 영화계에 안착했다. <훌라걸스>는 2007년 일본 아카데미영화상 11개 부문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