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은 자신의 출세작 <록키>(1976) 이후 꼭 30년 만에, 시리즈 마지막 편인 <록키5>(1990)로부터는 무려 16년이 지나서 <록키 발보아>로 돌아왔다. <록키>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귀환을 바라보는 심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록키 발보아>는 정확히 <록키>에 대응되는 후일담이다. 그래서 시리즈 2편부터 5편까지를 몰라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1편에 대한 추억이 없다면 내러티브의 여백을 메우기 어렵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간직한 시선과 단지 늙어버린 현재의 모습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전세계 헤비급 챔피언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는 아직도 필라델피아인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는 영웅이다. 은퇴 뒤 아내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현역 시절 자신의 무용담을 들려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일년 전 암으로 사망한 아내 애드리안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장성한 아들을 걱정하며 살고 있는 그의 삶은 평범하고 조용하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현 세계 헤비급 챔피언 딕슨과 과거의 챔피언 록키의 가상대결을 다룬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을 방영한 뒤, 록키의 승리로 끝난 가상시합을 보면서 딕슨쪽 프로모터들은 장사가 될 경기라고 판단하고 록키에게 진짜 대결을 제안한다. 인생에 대한 도전의식을 되찾은 록키는 과거의 스탭 폴리(버트 영)를 비롯해 든든한 후원군 아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훈련을 시작한다.

<록키>의 하이라이트였던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행하는 훈련을 보여주는 몽타주 시퀀스가 이번에도 비슷한 형식으로 재연된다. 이젠 나이든 록키가 털모자에 허름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거리를 뛰고, 전처럼 고깃덩어리를 주먹으로 치고, 힘겹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필라델피아 의사당 앞의 긴 계단을 뛰어올라가 팔을 높이 드는 승리를 염원하는 제스처도 그대로이다. 그러나 세월의 간격만큼이나 많은 것이 변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탄성을 자아냈던 록키 크런치를 이번에는 볼 수 없었다는 것은 사소한 아쉬움일 뿐이나, 중요한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순박한 전형을 창조했던 <록키>의 열정이 세월 속에 휘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안타까움이다. 30년 전 록키는 챔피언 벨트가 아니라 마지막 라운드까지 두발로 서 있겠다는 소망을 간직한 채 링에 올랐다. 하지만 오래전 은퇴한 록키가 이제 와서 잃었던 프로권투 선수 자격증을 어렵사리 다시 취득하고 생명의 위협도 무릅쓰며 링에 오르는 이유는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