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내 영혼을 사로잡았던 대학 시절, 프랑스문화원이 가난한 영화광의 탈출구가 되었던 시대가 막 지나갈 무렵, 그 빈자리를 메워준 건 바로 ‘문화학교 서울’이나 ‘씨앙씨에’ 같은 비디오 시네마테크였다. 이른바 B자 비디오를 틀어주던 허름한 그곳을 우리는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 찾아가곤 했다. 행여나 기다리던 영화를 놓칠 경우에는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엄습했고, 세월이 좋아지면 필름으로 볼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었었다. 이제 그런 시절이 돌아왔다. 숨은 보석들을 필름으로 만날 수 있는 시네마테크를 진정으로 반긴다. 우리 모두 그 싹을 열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건 예술적 보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