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발리우드 여배우 실파 셰티가 다른 출연자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흘린 눈물은 그야말로 강력했다. 이 사건이 인종차별 문제로 비화되면서 그녀의 이름은 거의 모든 인도 주요 일간지들의 1면을 이주일 이상 장식했고,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빅브러더>는 논란 덕에 시청률이 급상승해 57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했으며, 동시에 제작사의 주가까지 급등했다고 한다.
인도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번 논란을 인종차별로 몰고 가는 가운데 인도 유력 영자신문 <힌두스탄 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 비르 상비의 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뭇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상비는 일차적으로 실파 셰티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뻔히 서로를 모욕하고 면박을 줘서 쫓아내는 ‘싸구려’ 프로그램인 것을 알고도 출연했다. 그렇다면 그 목적이 돈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되묻는다. 출연 계약할 당시 이미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출연자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연자들은 분쟁을 일으켜야 한다는 전제로 출연료를 받았을 것이고, 인종과 관련된 혹은 인도식 영어 발음과 관련된 발언은 그들이 선택한 하나의 무기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언론들의 자극적 확대재생산이 사태를 심각한 쪽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의 언론이 자극한 것은 ‘인도중산층의 경험’이라고 본다. 즉 실파 셰티에게 생긴 일을 통해, 독특한 인도식 영어 발음과 몸에서 풍기는 향신료 냄새 때문에 외국인들의 야릇한 시선을 받아본 인도 중산층 사람들의 경험을 다시금 기억하게 했다는 것이다. 정작 그런 경험을 당하면서는 한마디도 못했던 인도인들(특히 중산층)이 ‘여배우의 눈물’을 인종차별로 비화시키고 인도와 영국 사이의 외교문제로까지 끌고 갔다는 점에 대해서 상비는 냉소적이다. 그는 이러한 인도인들의 반응을 ‘식민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로 간주한다. 즉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눈물을 흘리고 격분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가 열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때문에 식민지 시대는 끝이 났다고 수십년간 외쳐왔으면서도 여태껏 그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도인은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면에서 이번 인종차별 논란은 인도인들 자신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소리의 대부분이 ‘이제는 강한 인도’ 혹은 ‘민족주의의 고양’에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작 인류사에서 사라져야 할 계급차별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는 인도사회 내에 더욱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