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로 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이탈리아 감독 난니 모레티가 최근 토리노영화제에 가세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로 25회를 맞는 토리노영화제는 새로운 집행위원장 영입을 놓고 내부에서 의견 충돌을 일으켜 지난해 말부터 이탈리아 영화계에 적잖은 논쟁과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이 사태는 사실상 토리노영화제를 만들고 지켜온 젊은 영화모임 대표가 최근 사임하고 난니 모레티가 집행위원장을 수락함으로써 일단 마무리가 지어졌다.
이탈리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토리노영화제는 로마영화제가 생기고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베니스영화제에 자금지원을 약속하면서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필요성이 절실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그래서 지난해 말 토리노영화제는 난니 모레티에게 집행위원장직을 권했다. 그러나 젊은 영화모임 대표인 잔니 론돌리노가 강한 거부 반응을 보임으로써 이 사건은 이탈리아 영화계에 긴장과 논쟁의 쟁점이 됐다. 잔니 론돌리노는 “난니 모레티를 영입하는 것은 독립영화제를 모토로 해왔던 영화제에 정치적인 인물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숨막힌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우려스러운 발언을 했고, 거의 수락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난니 모레티도 태도를 바꾸었다. 이에 일간지 <일 마니페스토>는 ‘그릇된 문화적 혼란’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후 젊은 영화모임은 자금 적자로 허덕이는 토리노영화제가 이번 논쟁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도 하겠다는 각오의 뜻을 비쳤고 이는 젊은 영화모임 대표의 사퇴로 이어졌다. 난니 모레티는 “심사위원 자격과 일반 관객으로 참여한 토리노영화제에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작은 영화일수록 더 관대한 토리노영화제 정신 때문에 집행위원장을 수락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립영화와 새로운 영화 발굴을 모토로 하는 토리노영화제는 유명한 영화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미지의 영화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 영화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