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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볼까
김소희(시민) 2007-02-12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도사처럼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 생업을 도울 때만 해도 ‘큰 돈 안 들이고 홍보 잘하네’ 시큰둥했는데, 그가 ‘변신로봇 놀이’에 빠져 있는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로 적극 영입 대상이 되고 나아가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로 제일 적합한 사람이라고 꼽히는 걸 보니 갑자기 다가올 대선이 재미있어졌다(그가 경기도지사를 할 때 우연히 몇몇 기자들과 술을 얻어마신 일이 있는데 생과일 주스를 시켜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물론 난 주스보다는 폭탄주가 더 좋지만 어쨌든 눈치는 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 맘대로 내렸다. 안주도 좀더 푸짐하게 시켜줬더라면… 흠흠). 이번 대선에서는 “총대를 메겠다”고 했다는 황석영 작가도 그가 한나라당을 나와야 한나라당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났을 때 말했다는데, 손 전 지사는 화답이라도 하듯 “햇볕정책을 계승해야 한다”고 한나라당 당론과 다른 주장을 했다. 한나라당 두 선발 주자가 연평균 7% 경제성장을 역설할 때 “아무리 짜도 6.4% 이상은 안 된다”고 반박해 차별화를 도모하기도 했다(왜 굳이 6.4%인지는 모르겠는데, 소수점 한 자리까지 내세우니 꽤 그럴듯해 보인다).

의원들이 줄줄이 짐싸는 열린우리당이 ‘해체 뒤 합체’를 할지 ‘영희·철희 크로스’를 할지 두고봐야겠으나 집권여당으로서 마지막 ‘책임정치’를 하는 거라 믿고 싶다. 평소 국민들 먹고사는 데 도움이 안 됐으니 적어도 명절날만큼은 풍부한 ‘안줏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책임! 혹은 국민 건강권에 대한 책임!(술자리에서, 자주 만나지 않는 일가친척이 모인 자리에서는 특히, 할 말 없으면 술만 퍼먹게 되니까. 30%대의 골수팬을 빼고는 박근혜냐 이명박이냐만 따지는 건 얼마나 따분하겠는가) 평소 침묵은 금이라는 금언을 실천하시지만 체내 알코올이 일정 수위에 다다르면 ‘한 얘기 하고 또 하기’를 즐기시는 우리 시아버지가 어떤 정치 논평을 내실지 귀추가 주목된다. 언제나처럼 나의 대답은 하나일 것이다. “아버지, 누가 대통령 될지는 며느리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