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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있수다] 스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다혜 2007-02-12

얼마 전 케이블TV에서 비행기에 탄 스타들의 모습에 관한 꼭지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한 네티즌이 비행기에 탄 스타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모은 것을 주로 다룬 내용이었는데, “평소에는 화려한 모습이지만 비행기에서는 편안한 옷차림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선호한다”는 식의 얘기와 함께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잠자는 모습, 열심히 무언가를 적는 옥주현의 모습 등을 찍은 사진들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은 “혹시 여행 도중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분이 있다면, 혹시 스타일지도 모르니까요 유심히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로 끝났다. 이 방송을 보다가 문득, 꼭 모자와 선글라스로 무장(?)하고 편안히 여행하려는 사람을 유심히 쳐다보고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갔다가 한국판과 일본판 <헷지>에 목소리 출연한 보아를 인터뷰했다. 그때 보아는 한국에 있을 때 멀티플렉스에 가서 영화를 자주 본다고 했다. 모자 쓰고 가긴 하는데, 직원들이 알아보기는 해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대해줘서 편하게 영화를 보러 다닌단다. ‘활동’의 일환으로 돌아다닐 때는 플래시 세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따로 변장하지 않고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무척 즐거운 눈치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흔치 않다. 몇년 전 LA 출장길에 같은 비행기를 기다리던 장동건을 본 적이 있는데, 한명 두명 시작한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행렬이 어찌나 공격적으로 이어지던지 내가 다 당황했다. 마치 운명처럼(!) 좋아하는 스타를 같은 공간에서 마주친 설레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가끔은 스타도 어지간히 피곤하겠구나, 싶은 순간이다. 직찍과 직캠으로 좋아하는 스타의 일상을 가까이서 느끼고 싶은 마음이야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스타들이 얼굴 주위에 뭘 잔뜩 두르고 얼굴을 숨기며 뛰어다니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하면 좋은 점 한 가지는,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마구 뛰어다니는 대신 여유있게 행동하므로 얼굴을 더 오래 잘 볼 수 있다는 것? (웃음) 여튼, 스타도, 인간이다. 가끔은 사진을 찍히고 싶지 않은 날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