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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조선·동아의 비포&애프터
김소희(시민) 2007-02-05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70년대 긴급조치를 근거로 한 1412건의 법원 판결 분석보고서를 내며 당시 판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13명은 지금도 현직에 있다. <조선일보>는 “판사들이 ‘인민재판’에 끌려나왔다”고 개탄하고, <동아일보>는 “反화해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땅을 쳤다. 하지만 이는 그때 그 판사들을 더욱 욕보이는 짓이다.

1974년 1월부터 내려지기 시작한 긴급조치는 박정희 영구집권을 보장하는 유신헌법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집회·결사·언론·출판의 자유를 봉쇄하고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는 초법적 장치로, 이 조치를 비판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그런 탓에 조치 위반자는 학생운동이나 재야운동한 이들보다 술 마시다가 대통령 욕하거나 동료들과 잡담하다 대통령 아들 흉본 장삼이사들이 더 많았다. “박정희가 운좋아 대통령 됐다”고 한 아저씨에게 징역 12년형을 때린 판사, “긴급조치 때문에 말도 못하고 산다”고 애인에게 편지 쓴 학생을 처벌했던 판사들 역시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비정상적인 시대에 비정상적인 법에 따라 비정상적인 판결을 한 이들에게도 변명이든 반성이든 말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긴급조치 3호가 나왔을 때 문답식 풀이까지 동원해 “월 7만원 받는 월급쟁이가 매달 5252원의 혜택을 입게 된다”며 ‘유신홍보처’를 자처했던 <조선일보>는, 온 사회를 전시체제로 몰고 간 9호 발동을 두고는 “새 질서 확립의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찬양했다. 지금에 와서는 “(자꾸 이러면) 유신헌법 국민투표에 찬성했던 국민의 책임까지 물어야 될 판”이라고 국민을 끌어다 물타기한다. ‘단무지스럽게’도 <동아일보>는 “본보는 유신정권에 저항하다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백지광고 사태를 겪었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판사 명단 공개가 옳지 않다”고 한다. 유신정권과 한편이 돼 저항하던 기자들 다 내쫓은 언론사가 어디였더라.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과거사 뒤집기”는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써야 한다. 비포나 애프터나 어쩜 이리 바뀐 게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