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충무로가 배고프다고 쓰지 말랍니다. 동정과 자애를 구할수록 소심한 전주(錢主)들은 뒤로 물러선다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다들 배고프다고 아우성인걸. 누군들 풍성한 설을 앞두고 이런 목소리를 담고 싶겠습니까.
“다들 만나면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최근 몇년 동안 이렇게 신작이 없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메이저 제작사들도 움츠러든 상태고. 투자 배급사들도 4월 이후에나 보자고 하고. 사무실 월세야 보증금 까고 어떻게 하면 되겠지만, 이러다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그나마 마케팅쪽은 좀 낫다. 올해는 외화들이 많다고 하니까. 상황이 반전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_회사 차린 지 1년 만에 불경기 한파를 맞은 마케팅 회사 대표 J씨.
“놀고 있는 친구들 많다.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친구들은 거의 손 빨고 있다. 요즘 같은 때도 일을 꾸준히 하는 팀이 있다고는 하는데 극소수다. 지난해 찍었지만 개봉 못한 영화들이 올해 5월까지 밀려 있어 다들 힘들어한다. 2006년엔 정말 가만 있어도 일감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뛰어도 일감이 안 보인다. 지난해 평균 1년6개월 동안 만들어질 영화들이 한꺼번에 제작에 들어간데다 성적들도 영 좋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_빈곤한 영화인이 아니라 잘나가는 영화인으로 <씨네21>에 등장하고 싶었다는 스틸기사 J씨.
“요즘 현상하느라 한창 바쁘다. 지난해 개봉을 미뤄뒀던 영화들이 한꺼번에 3, 4월에 풀려나올 예정이라 정신없다. 반면에 현상소에 들르는 촬영 스탭들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더라. 놀기 싫은데 놀아야 한다면서. 나야 큰 문제까지 고민할 위치도 아니고 월급 받아가며 살아가는 처지지만 요즘 정말 일 없다는 푸념을 듣다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새로 들어가는 영화가 없다고 하니 우리도 봄엔 바쁘지만 올 가을에는 한가할지 모르겠다. 안 그러면 좋겠지만.” _남의 집 불구경 할 만큼 여유로운 처지는 아니라고 말하는 현상소 직원 L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