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강의를 하다가 알게 됐다. 그 친구가 나온 단편영화를 여러 편 봤는데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매력있게 생각하는 점이라면 마스크도 그렇고 연기하는 패턴도 그렇고 굉장히 다르다. 기존 배우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목소리, 표정, 연기가 다 그렇다. 그 특이함이 인상적이어서 그런지 영화과 교수들 몇몇이 그 친구를 아주 좋아한다. (웃음)”(김성수 감독)

몇분인가 대화를 나누다 고향을 묻자 그가 되묻는다. “티 나요?” 경상도 억양을 겨우 고쳤는데 요즘 연습 때문에 도졌다며, 억울해한다. “최근에나 사투리 연기가 받아들여지는 거지 과거엔 안 그랬어요. 하도 안 고쳐져서 울기까지 했어요. 사투리 쓰는 햄릿을 할 순 없잖아요.” 이희준은 영남대 화공과 출신이다. 군 입대 한달 앞두고 선배들과 술을 마시다 4차로 자리를 옮기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얼떨결에 군면제를 받고 방황하던 중이었다. “술을 엄청 먹고 길가에서 구토를 하고 있는데 전단지가 보였어요. ‘연극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오라’였던가.” 아무 생각없이 떼어 바지에 넣어두었다가 1주일 뒤에 꺼내보고 찾아간 극단이 바로 아동극 전문 소극단. 그곳에서 연기의 맛을 본 뒤 화공과를 중퇴해 상경했다.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해 1년간 밀양 연극촌에서 “잠자고 밥먹는 일 외에는 연기 연습이 전부였던” 시간을 보냈다. 밀양연극제 2회 개막작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 왕으로 무대에 오른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아버지 몰래 고향 소극단에서 지낼 때 그는 무작정 이론책을 사보고 조언을 구하며 연기 독학을 했단다. 발음이 좋아진다고 해서, 젓가락을 종일 물고 지내다 못해 일부러 물고 잠들 정도의 열정이었다.

“‘북한 사회의 이해’ 같은 수업 안 듣고 실기만 할 수 있어서” 한예종에서의 배움이 너무 소중했다는 그는, 몸으로 부딪쳐 배우는 모든 것에 열정적이다. 킥복싱, 합기도, 현대무용은 특기로 내세울 정도. 마임, 재즈댄스, 애크러배틱을 배웠고 기타 연주에 능숙하며 피아노와 발레 레슨을 받고 있다.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서”, 공연으로 받은 돈을 배움에 투자한다. 이희준은 여덟 학기를 장학생으로 지냈고 전액 장학금을 3번 받았다. 그 열심만으로도 교내 유명세의 이유는 충분하다. 본인이 출연한 영상원 졸업작품 시사 때 “잘 봤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간 이창동 교수는 뒤에 그에게 <밀양>의 단역을 제의해왔다. “요즘 제일 고민하는 건 위트예요. 전달도 효과적이고 하는 나도 재밌고.” 그래서 최근엔 주성치 영화들을 한 가득 빌려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