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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

제임스 본드와 보랏의 전세 역전부터 <빅 브러더스> 논란까지, 더 밀접해진 정치와 영화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가 개봉된 지난해 11월2일과 <007 카지노 로얄>의 개봉일 11월15일 사이만 하더라도 세간의 태도는 극명히 나뉘었다. 부시의 푸들 노릇을 하는 토니 블레어에 짜증을 내던 영국인들은 미국을 조롱거리로 뒤엎은 <보랏…>을 개선장군으로 반겼고, 신출내기 제임스 본드는 재앙에 가까운 미스 캐스팅으로 여기며 곱잖은 시선을 보내던 차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사이 상황은 뒤집혔다. 11월21일, <BBC 뉴스>로 생중계된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의 합동 기자회견은 <보랏…>이 왜곡한 카자흐스탄 이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양국의 협력 관계가 러시아와 미국 사이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문제에서 외교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하는 제법 스케일 큰 무대였다. 여기서 초점은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였고, 그 배경에는 <보랏…>의 개봉 전날인 11월1일 런던 도심에서 전 KGB 첩보원에게 자행된 방사능 물질 테러가 놓여 있다. 이로서 첩보원 007의 존재 이유는 현실적 타당성을 부여받았고, <보랏…>은 철부지 농담으로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후 논의는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발빠르게 전개되었다. 두 정상의 기자회견은 카자흐스탄이 마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성취된 국가인 척하는 레드 카펫 행사에 불과하다는 칼럼이 11월23일에 실렸고, 다음날에는 영화에서 보랏에게 당했던 실제 당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반응을 취재하면서 풍자와 예의 사이를 짚어보는 특집 기사가 나왔다. 그리고 해를 넘긴 1월3일자 <가디언>에서 오페라 <제리 스프링어>의 공동 원작자인 스튜워트 리는 <보랏…>을 비롯한 최근의 비틀린 풍자극에 대한 옹호론을 전개한다. 그의 주장인즉 꺼림칙한 즐거움(Guilty Pleasure)은 결코 편견과 무례함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강박증처럼 설교되었지만 정작 구체적인 태도는 마련하지 못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되짚어보는 실천적 문제제기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2주 뒤 리얼리티 프로그램 <셀러브리티 빅 브라더> 참가자인 발리우드 스타 여배우를 향한 인종차별적 독설로 영국과 인도가 발칵 뒤집혔다. 인종차별과 문화적 충돌에 대한 논쟁이 대대적으로 전개된 그 주에 <채널4>는 블레어의 퇴임 이후를 다룬 가상풍자극 <블레어의 심판>을 방영했다. 이런 정치적이고도 미적인 문제는 올 한해 영국의 영화판에도 중요한 화두로 던져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