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제일 장사가 잘되는 극장은 단연 서울아트시네마입니다. 연일 매진이 속출하고, 감독과 관객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제집 못 가진 설움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럼에도 시네마테크 전용관은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영화제작자 A씨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서울아트시네마는 평소 사람이 없어서 호젓하고 영화보기에 좋다는 말들을 하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라.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스타감독을 중심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영화가 감독 중심의 예술이고, 한국 영화산업이 감독을 중심으로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는데, 감독과 배우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중 일부분이다. 이번에도 보면 스타감독의 추천작들이 흥행을 주도하더라. 단기적으로는 흥행에 도움도 되고 좋아 보이긴 하지만 시네마테크라면 다른 쪽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영화제의 흥행을 주도하는 스타 중 한명인 영화감독 B씨 한국 관객의 수준이 정말 대단하긴 한 것 같다. 지난해와 올해, 영화를 소개하러 나갔던 입장이지만 배우고 오는 게 정말 많다. 다른 감독의 대화시간에도 있어보면 관객이 자신의 해법을 가지고 영화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놀랍더라. 특히 내가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는 정말 많은 관객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내가 좀 만만해 보이니까 그랬겠지만, 오히려 내가 일방적으로 엄청난 지식을 자랑하거나 길라잡이가 되는 것보다는 그렇게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는 일은 정말 절실한 문제다.
최근 여러 영화에서 조연을 맡고 한창 영화공부 중인 신인 중년배우 C씨 영화를 한 지가 얼마 안 돼 일단 닥치는 대로 접수해야 할 것 같아 시네마테크를 자주 찾았다. 이번 영화제에 가서도 현재까지 상영된 모든 영화를 다 봤다. 기분이 좋았던 게 나처럼 혼자 오는 분들이 많더라. 분위기 썰렁하게 구석에서 혼자 웅크려서 보고 있었다. 또 쉬는 시간에 보면 눈은 죄다 멍하다. 그래도 목적은 뚜렷한 사람들이다. 영화에 대해서 무엇이라도 재미 외의 다른 것들을 먹어보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의 몸짓이 예쁘고, 사랑스럽고, 반가웠다. 그런데 가끔 젊은 친구들이 인사하거나, 사인해달라고 하면 너무 부끄럽다. 그냥 조용히 영화보게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