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 김려실 지음/ 삼인 펴냄
최근 한국 영화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박찬욱, 봉준호 등 충무로의 젊은 감독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터뷰 지면 혹은 시네마테크 프로그램을 통해 김기영, 이만희 등에 대한 애정을 표하고 있다. 현상의 한축이 젊은 감독들의 ‘아버지 찾기’라면 다른 한축은 한국 영화사 연구에 대한 다양한 학계의 관심과 그로 인한 시각의 확장이다. 한국 영화사 연구가 더이상 영화학계만의 관심은 아닌데, 김려실의 <투사하는 제국 투영하는 식민지>가 바로 대표적인 성과이다.
저자의 교토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조선영화-내용은 친일 영상은 반일”(<경향신문>), “‘아리랑’ 애초에 민족영화는 아니었다”(<한겨레>), “‘웰메이드 친일영화’ 있는 그대로 봐야”(<조선일보>) 등 1월 첫주 주요 일간지의 책 코너를 통해 큰 관심을 받았는데, 기자들은 최근 인문사회과학에서 유행하는 식민지 근대성 연구의 영화쪽 확장으로 인식한 듯하다. 저자가 단 부제처럼 1901∼45년의 한국 영화사를 부분적으로 되짚으며 실증적으로 접근한 이 책은 항일영화/친일영화 같은 이분법을 버리고 일제강점기 조선영화의 다양한 결을 주목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오류와 한계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저작이다.
먼저, 메모 혹은 기억에 의존한 탓인지 <미몽> <군용열차> <어화> <지원병> 등 분석한 영화들의 줄거리 정보가 부정확하다. 저자의 각주와 달리 현재 영상자료원에 보존 중인 <지원병> 프린트 순서는 어긋나 있지 않다. <군용열차> 사진 설명에서 왕평을 못 알아본 점, <반도의 봄>의 영일 역 김일해를 남승민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 등 자잘한 오류도 눈에 띈다. 일제강점기의 영화들이 한국영상자료원에 입수된 과정도 정확한 조사없이 그릇되게 서술되었다. 1998년 자료원은 한 일간지 특파원의 보도로 러시아 고스필모폰드에서 <어화> <심청> 등을 수집하였고, <망루의 결사대> 등의 수집은 그 이전인 1989년 동보영화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조선>은 오사카 비블리오테크를 통해 수집되었다.
<군용열차>의 기생집 장면에 나온 세련된 커팅을 2차 사료를 인용하며 초보적인 실수로 평가하는 등 저자의 영화적 상상력이 아쉬운 대목도 꽤 있다. 갱스터 장르의 관습을 빌려온 스파이 일당이 검거되는 몽타주 시퀀스를 저자는 영화적 묘사가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구두 인서트를 통해 스파이의 존재를 관객에게 알리고 있는 것도 잡아내지 못한다. 저자가 오인한 구성상의 결함과 <백란의 노래>와 달리 프로파간다가 멜로드라마에 녹아들지 않은 이유로 <군용열차>가 흥행에 실패했고, 이로써 조선영화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논리는 적잖이 당황스럽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영화사 서술은 사회문화사적 맥락의 접근뿐만 아니라 엄밀한 텍스트 분석이 동시에 요구되는 작업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영화에 대한 연구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