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9일 파리 1대학 대강당에서 영화 석사 전문 2과정 학생들의 주관으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연기지도’라는 주제로 자유포럼이 이루어졌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지난 20여년간 아시아영화와 영화인들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으며, <장만옥의 이마베프>(1996), <허우샤오시엔의 초상>(1997), <클린>(2004)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이날 아사야스 감독은 계속해서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내며, 지난 20여년간 자신과 연기자들의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연기지도에 대한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었다. 프랑스 국립대학에서 이런 자유로운 토론은 흔히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2006년부터 프랑스 교육제도는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그동안 대부분의 국립대학들이 영화의 실기보다는 이론 중심의 수업을 한 탓에 실기 공부를 위해서는 대학이 아닌 영화학교나 그랑 에콜 같은 특수과정을 밟아야 했던 반면, 지난해부터 각 대학에서는 석사 1과정부터 이론과 실기 과정으로 나누어 각 분야에서 더욱더 전문적인 교육에 주력하고 있는 것.
지난 9일에 이루어진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의 만남 또한 이 교육 제도 개혁에 맞닿아 있다고 하겠 다. 즉, 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대학 수업과 포럼이 영화 제작과정과 직접 관련해 있는 ‘연기지도’라는 주제로 바뀌어 진행된 것. 이 포럼은 지난 2005∼2006년 ‘저예산영화 제작’이라는 주제로 알랭 카발리에, 장 자크 베넥스, 클로드 밀러, 질 산도스, 라울 쿠다르 등 감독, 제작자, 전문 스탭 등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영화인들과 함께 이루어졌으며, 올해는 ‘연기지도’라는 주제 아래 미셸 드빌, 브루노 뒤몽, 올리비에 아사야스 등 유명 감독들이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과 이론 차원이 아닌 영화인 입장에서 진솔하게 나누며 진행되었다. 이 포럼은 파리 1대학의 연간 정기간행물로 출판될 예정이다. 두 그랑 에콜, 페미스(Femis)와 뤼미에르(Lumiere)로 대표되던 프랑스의 영화교육에 국립대학의 뒤늦은 활동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