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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국 내 DVD 전쟁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DVD 온라인 대여시장에 뛰어든 ‘블록버스터’

미국인들은 무척 고집이 세다. 웬만해서는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 미국인들이 비디오테이프에서 DVD로 바꾼 것은 “어차피 빌리는 것 기왕이면 화질 좋은 것으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인터넷으로 대여를 하는 넷플릭스를 이용한 것은 “귀찮게 가게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늦게 줘도 연체료 달라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몇년간 넷플릭스의 독주로 계속되던 DVD 대여에 딴죽을 걸어오는 업체가 있으니, 이는 대대적인 선전 공세를 벌였던 월마트도 아니고,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이나 아마존닷컴도 아니다. 바로 넷플릭스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 과거 비디오 업계의 독과점 주인공 ‘블록버스터’다.

요즘 TV를 보고 있으면 이 두 회사의 광고 공세가 자주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영화의 캐릭터들이 미리 집에 와서 진(?)을 치고 있거나, 대여돼 나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등 귀엽움과 편리함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오랫동안 넷플릭스에 치여 빛을 보지 못했던 블록버스터는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인터넷과 친하다고는 하기 어려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말하자면, 넷플릭스와 똑같이 무료로 배달해주고, 연체료도 없지만, 우편배달을 기다리기 싫을 때에는 블록버스터 대여점에 직접 찾아가 다른 영화로 바꿔볼 수 있다는 것. 편리함과 실제 DVD를 그 자리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준 것이다.

온라인 DVD 렌트 서비스를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블록버스터는 이처럼 지속적인 선전 공세와 프로모션으로 놀라운 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블록버스터에는 약 70만명의 새로운 가입자가 등록해, 총 220만명으로 2006년을 끝마쳤다. 현재 63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끈질긴 추격은 물론 다운로드 서비스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가입자들에게 무료 스트리밍 비디오로 일부 영화와 TV시리즈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영화와 TV시리즈는 1천개 정도다. 이는 7만여개 이상의 넷플릭스 대여작들 중 극소수이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라고.

소형 비디오 대여점은 물론 ‘위즈’, ‘타워 레코드’ 등 대형 DVD, CD 판매 체인점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있는 지금, 인터넷 DVD 대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고집 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DVD를 버리고 영화를 몇 시간에 걸쳐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상상하기 힘들겠으나 때로는 하루도 걸리는) 다운로드해 받아보기까지는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