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하라 데쓰오의 영화 <욕망>은 고이케 마리코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그대로 이 영화는 연애, 결혼 그리고 불륜에 이르기까지 남녀관계를 둘러싸고 타인의 몸을 향한 욕망과 소유욕이 발현되고 작동되는 계기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학교 도서관 사서인 루이코(이타야 유카)는 같은 학교의 유부남 선생인 노세(오오모리 나오)와 불륜관계이다. 어느 날 공원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 아사오(다카오카 사키)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서른한살 연상의 정신과 의사 하카마다(쓰가와 마사히코)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결혼 피로연에 참석하게 된 루이코는 그곳에서 짝사랑 대상이었던 마사미(무라카미 준)를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이들의 관계는 기묘하게 얽혀들기 시작한다. 루이코는 마사미에게 품었던 욕망을 기억해내고, 노세와의 관계를 돌아본다. 아사오는 자신의 몸을 욕망하지 않는 하카다마 때문에 질투와 욕구불만으로 루이코와 마사미에게 점점 더 의지한다. 마사미의 내면은 아사오과 루이코에 대한 연정이 착종되어 성욕은 충만하나, 사고로 인해 기능을 상실한 성기 때문에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 <욕망>은 모든 욕망의 기본적인 추동력인 성적 욕망을 집중 조망한다. 그런 만큼 정사신이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그것들이 관객의 음험한 욕망을 자극하거나 충족시키는 데 봉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깊이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거나 전위적인 성모럴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욕망’이라는 매우 단순하지만 철학적인 표제를 선택했을 때, 또 그것을 풀어나가는 주체를 여성으로 삼았을 때 관객이 기대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이 영화는 그다지 충실하게 부응하지 못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 작품의 성적 욕망이 지나치게 남성 성기 위주의 성관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관계의 결핍과 충족을 그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여성 인물들은 치사해지고, 남성 인물들은 잔인해지거나 비참해진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작품 스스로 견지하려 했던 담담한 어조와 대조적으로 전개되는 파행적인 결말들 때문이다. 연이은 두개의 자살은 이 작품에서 다루려 했던 욕망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한 어떤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며 스크린 위의 욕망이 관객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게 한다. 이로 인해 <욕망>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사색적인 탐구를 포기하고 멜로드라마적 상투성에 투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