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록 기자실이 아니라 집에 “죽치고 앉아” “담합”은커녕 말할 상대도 없이 지내지만, 신문·방송 뉴스가 아무리 “압축”됐다 해도 독자들이 기자들보다 더 무식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럼 언론이 국정홍보처가 돼야 하나? 기사 되는 거 골라 쓰지 않으면 그 많은 브리핑 내용을 무슨 수로 다 담나. 독자들 눈알 빠지게 할 게 아니라면. 어쨌든 이런 나도 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얘기가 바람빠진 풍선이 됐는지는 알겠다. 바로 ‘그분’이 갑자기 핏대 세우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승률 나쁜’ 대통령께서 제 입으로 말한 국가보안법 박물관 보내기니, 인권 보장이니, 미국에 자존심 세우기니 하는 문제들을 차치하고 연임제 개헌(일명 원포인트 개헌)에만 확 꽂히셨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 생존권과 주권을 위협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질질 끌려가게 하면서 말이다(지금처럼 하면 미국은 뜯어고칠 국내법이 0개지만 우리는 169개란다. 당장 중단해도 아무 문제 없다. 일본은 3년을 논의하다 엎어버리고 2년째 찍소리 안 하고 있다). “개헌이 안 되면 반대한 사람들한테 끊임없이 책임을 묻겠다”며 2월 중순으로 발의 시점도 잡으셨던데, 4년 연임제로의 개헌 자체는 찬반이 맞서 있다 해도, 국회 통과는 될 턱이 없는데다 절반을 훌쩍 넘는 국민들도 지금 시점에서의 개헌을 반대하는 것은 어쩔 텐가. 게다가 개헌은 ‘지역주의 타파’에 꽂혀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들먹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나.
헌정사에서 개헌 얘기는 늘 권력자의 편의수단으로 출몰했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려면 집권 초기에, 적어도 탄핵 뒤 몰표를 얻었을 때 꺼냈어야 했다. 그는 “여론은 항상 변했다”고 주장한다. 에휴. 임기 말년에 조금이라도 더 안티팬을 육성해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고 싶으신 건가. 시오노 나나미 언니 왈 “사람은 객관적 진실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 못한다”던데 그분은 물론이고 우리도 우리가 보고 싶은 그분만 봤던 것 같다. 미안해, 노통.